|
‘배추 작황 부진’에 김치업체들 물량 확보 나서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종합식품업체 대상은 최근 배추 비축 물량을 전년 동기대비 15%가량(중량 기준) 확대했다. 대상은 ‘종가’라는 브랜드로 국내 포장김치 시장 1위를 이어오고 있는 업체다. 대상이 이처럼 배추 비축 물량을 선제적으로 늘린 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이상기후 때문이다. 폭염과 집중호우가 번갈아 진행되는 최근의 이상기후는 배추 생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상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김치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운만큼 종가 같은 주요 김치 브랜드 입장에선 품질 유지가 최우선인 상황”이라며 “때문에 현재 배추 산지 물량과 회사 차원의 봄 배추 비축 물량을 사용해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과 같은 김치 제조업체들은 이미 원활한 배추 수급을 위해 작기별로 영농법인·농협 등과의 사전계약을 통해 필요 물량을 구매하고 있다. 이번 비축 물량 확대도 이를 통한 것이다.
대상에 이어 포장김치 2위 업체인 CJ제일제당(097950)(비비고)도 최근 배추 비축량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폭염, 폭우, 폭염으로 이어지는 환경 변화로 배추 작황 좋지 않고 수급 난이도가 올라가 있는 상황이지만, 창고에 저장해 둔 봄 배추를 활용하고 있다”며 “최대한 안정적인 제품 공급에 노력 중”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김치 제조업체들은 배추 재고를 3개월가량 비축한다. 김치 판매 성수기는 여름부터 김장을 시작하기 전까지다. 때문에 업체들 입장에선 현재 배추 확보가 중요하다. 이에 대상은 보다 공격적으로 이상기후에 대응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은 상황을 보며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출하되고 있는 봄 배추는 생육기 고온 현상과 집중호우, 병해 등으로 작황 부진을 겪고 있다. 이달에도 비슷한 날씨로 생육이 지연돼 출하가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여름 배추 역시 최근의 폭염 등으로 생육 부진이 예고돼 작황 부진과 가격 상승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날 기준 배추(상품) 1포기 가격은 5315원으로 전월대비 46.7%나 올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배추는 전월대비 31.1%가 올라 타 품목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
대상·CJ제일제당 등 대형 식품업체들 외에도 배추 작황 부진에 긴장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최근 PB사업으로 김치를 강화하고 있는 호텔업계다. 현재 호텔 김치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선호텔도 배추 작황 부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조선호텔은 김치 사업으로만 연간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조선호텔은 최근 배추 추가 물량을 전년 동기대비 30%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호텔은 지난해 가을에도 여름 배추 작황 부진으로 생산량을 최대 50%까지 낮추는 등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반복할 것을 우려해 조선호텔은 미리 추가 물량을 조달한 것으로 보인다.
호텔 김치 후발주자인 롯데호텔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사전 주문 기반의 주간 단위 생산·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급격한 변동은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배추 수급 불안정성을 예의 주시, 컬리 등 판매처 다변화와 맞물려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배추 3만 5500t을 확보, 향후 여름 배추까지 수급이 불안정해질 경우를 대비 중이다. 향후 상황에 맞춰 하루 100~250t씩을 도매 시장에 방출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가락 도매시장 하루 평균 반입량의 25~50% 수준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포장김치 제품에서 배추의 원가 비중은 약 60%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라며 “국내 생육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김치 기준에 업체들은 해외에서 원·부재료를 들여오기도 힘들다. 개별 기업들이 대비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어서 정부 차원의 물가 안정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