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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은행은 대규모 희망퇴직 흐름과는 대조적으로 AI 인력 충원에 공들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1호 공약으로 제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AI 청년인재 20만명 양성을 약속하면서 금융사 투자에 더 힘이 실렸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이미 디지털·ICT 직군을 별도로 선발하고 있었는데 최근 정책 흐름을 볼 때 AI 인력 확충은 더 투자를 늘려야 하는 분야라고 본다”며 “2~3년 전 외부인력 영입에서 지금은 기존인력 재교육·역량강화로 전향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본비율·이익경비율 관리를 위해 선별적 투자에 나선 금융사도 연간 수백억원을 쏟고 있다. 금융사의 디지털 담당 임원은 “회사 차원에서 AI·데이터에 연간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처럼 AI를 보편적으로 쓸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대고객 업무뿐 아니라 내부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것에서 이미 AI 기술 실효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짚었다.
최근에는 AI인재 육성 트렌드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은행·보험·카드 등 각 금융권을 이해하는 AI 개발자를 직접 양성하는 것이 최근의 트렌드다. 신한은행은 생성형 AI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전 직원 대상 ‘AX 10K’를 운영하고 신한퓨처아카데미를 통해 심화학습도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DT유니버시티를 통해 내부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제는 자연어를 활용해 은행의 현업 담당자가 자유롭게 업무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은행이 생성형 AI 플랫폼(Gen AI)을 도입하면 임직원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물론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 한 금융사 C레벨 임원은 “미국·중국이 대학교부터 산학 합력을 통해 AI 인재를 적극적으로 양성한다. 국내에서도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전문인력이 나오고 있어서 이런 인력을 많이 유치하려고 한다”며 비 금융사 출신 석·박사 학위자도 앞으로 대거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사 임원도 “한때는 앱 개발자를 뽑는 데 6개월 이상 걸렸는데 AI 전문가를 뽑는 데에는 그 이상이 걸린다. 신규 산업이다 보니 공급 인력 풀(pool)도 적고 또 워낙 인기가 많으니 그만큼 근로조건·대우를 맞춰주기도 어렵다”며 “그래도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가 더 크기 때문에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실채권 정리 전문인력 모십니다” 몸값이 금값
타 산업에서는 없는, 불황을 먹고 크는 ‘부실채권 정리’ 전문인력 또한 이른바 금융사에서 모셔가는 상황이다. 신협·새마을금고·저축은행중앙회 등 2금융권의 NPL 자회사가 연이어 생기면서 대부금융업계에 있던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거대양당 대선후보들이 소상공인·자영업자 적극적 채무조정, 장기연체 부실채권 정리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NPL 시장도 ‘약속의 땅’이 됐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면 채용을 해야 하는데 NPL 시장이 호황이라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며 “협회 임직원이 당분간 겸직을 할 수 있겠지만 기존 NPL업체에 있던 사람들이 필요한데 지금은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대부업에서 경력이 있거나 은행에서 부실채권 정리업무를 한 분들을 통상 전문성이 있다고 보는데 공급이 제한적”이라며 “회계법인의 전문인력은 임금이 높아서 영입하기엔 애로가 있다”고 했다.
AI·NPL 인재를 모셔가는 이 같은 행태는 최근 비용절감에 나선 금융권 상황과 정반대다. 연말·연초 5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해 대비 450명가량 많은 2300여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각 은행이 영업점 축소와 인력 효율화 차원에서 대규모 희망퇴직을 한 결과다. 금융권에선 현재 시장 상황과 차기정부 정책을 모두 고려할 때 AI·NPL 인력수요는 더 커지겠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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