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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52조 1249억 원으로 전월 말(748조 812억원) 대비 4조 437억원 증가했다. 영업일 기준으로 따지면 11일 만에 4조원이 폭증한 셈이다. 전 금융권으로 시야를 넓히면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8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실화할 경우 ‘영끌 광풍’이 불던 지난해 8월(9조 70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국내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가계대출 관리와 실물경제 지원 등을 당부하기도 했다.
유 부총재는 “저 포함한 금통위원들은 물가 흐름을 점검하면서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금융 안정 상황을 항상 고려한다”면서 “현재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가계부채는 더 염려되는 상황이다. 적지 않은 고려 요소라고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부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선 우선 은행권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기존 한은의 입장을 고수했다. 유 부총재는 “스테이블 코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혁신 촉진 가능성 등에 대해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그동안 자본 자율화나 원화 국제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 입장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 되려면 내로우뱅킹(대출 없이 지급기능만 수행하는 제한된 은행)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 재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또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 지급 결제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발행을 허용해 보고, 점진적으로 비은행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유 부총재와 일문일답.
-최근 가장 관심이 커진 스테이블 코인 관련해 어떤 입장이인지 궁금하다.
△이와 관련해 총재님과 많이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혁신 촉진 가능성 등에 대해선 당연히 기본적으로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중앙은행이라는 기관은 지급 결제의 안정성 위에서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기본 업무이기 때문에 염려는 조금 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 발행은 우리가 그동안 자본 자율화나 원화 국제화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 입장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다.
내로우뱅킹을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 금융 산업 재편 논의도 염두에 둬야 될 것 같다.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 지급 결제 등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이나 피해자 이용 발생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안전하게 준비하고 가자는 측면에서 안전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스테이블 코인 도입을 하더라도 여력이 있고 우리 금융 규제에 규제 수준이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우선 발행을 허용해 보고, 점진적으로 비은행으로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다만 새정부 들어 기재부나 금융위 등이 자리를 잡으면 저희들의 우려와 입장과 그동안의 연구 검토를 바탕으로 의견을 나누는 등 관계 부처와 계속 협의를 해 나갈 생각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한국은행이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CBDC도 선제적으로 구축해 노력했다. 1차 파일럿 테스트가 다음 주면 마무리되고, 2차 파일럿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정부가 아직 도입 관련해서 명확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 은행과도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통화 정책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잘 안 보이는 반면, 자산, 집값, 주식 등에 미치는 영향은 코로나19 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아주 현저하게 느껴진다. 물가라는 단어를 돈의 가치라는 측면에서 보면 통화 정책이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굉장히 어려운 질문. 98년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은행의 목표가 물가 안정이라는 목표로 정립이 됐다. 그래서 물가안정목표제를 통해 물가를 직접 타깃해 흐름을 보고 전망을 하면서 금리를 바뀌는 정책을 하고 있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나라에서 금융 시장이 불안하면 물가가 안정돼 있다 하더라도 금방 경기가 침체해 경기 안정을 통해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이루려는 중앙은행의 목표가 달성될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겨나 금융안정이 추가됐다. 통화정책에서 우리나라의 구조 변화가 물가 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될 때가 존재하고 있어 전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새정부 출범이후 금융위와 금감원 개편 논의가 있다. 한은도 금융당국 개편과 맞물려 비은행 금융기관 관리 감독 권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지금껏 검토 충분히 해왔다. 정부의 조직개편 이후 저희한테 의견을 내라고 한다면 비은행 기관의 대출, 대출에 따른 검사 포함해 거시건전성 정책에 대해 한은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중립금리가 금융과 AI 투자 공급망 재편 등으로 상승 압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현재 통화 정책에 대한 여력이 남아있다고 봐야 하는지.
△실질금리는 분명히 내려오고 추세에 있고, 중립 금리는 조금 내려와 멈춘 듯하다가 또 상승하는 요인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현재 실질금리와 중립금리가 내려가더라도 한은의 통화 정책의 유효성이 제한될 수준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소수의견 관련해 말하면, 총재님과 저는 특히 통화정책에 대해 상당히 많이 의견을 나누는 편이다. 제 의견을 내놓은 것은 묵시적, 암묵적으로 동의가 돼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소수 의견을 내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걸로 저는 인식을 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다음에라도 또 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러한 소수의견을 시장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확대해석 할 문제는 아니다.
-최근 집값 급등하고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금통위 내부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 부동산 쏠림이 완화될 수 있을지 의견 부탁드린다. 그리고 CBDC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연계 지어서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은행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 한다고 봤을 때 결국은 한강 프로젝트가 2차로 가는 과정이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도입하는 초창기 단계라고 볼 수 있는가.
△저 포함한 금통위원들은 항상 물가 흐름 점검하면서 가계부채와 외환시장,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한다.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가계부채나 외환시장 금융 안정 상황 때문에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지금 더 강조하고 싶다. 적지 않은 고려 요소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한강 프로젝트하고 100% 연결할 필요는 없다. 다만 초창기에 예금 토큰을 활용해 스테이블 코인처럼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규제 수준을 위험 관리가 잘되는 은행권으로 가자고 한 것이 스테이블코인과 한강 프로젝트의 토큰 예금과의 연계를 염두에 두고 한 얘기는 아니다.
-최근 자산가들은 원화를 보유 안하고 달러나 금으로 투자를 한다고 한다. 이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의견이 있다면.
△원화를 보유하지 않는 변화는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 달 전만 해도 국제금융시장에서 모든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미국의 예외주의, 달러 도미넌스(점유율)이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마땅한 원화 자산이 없기 때문에 외환 정책이나 통화 정책 하는 데 적지 않은 고민이 있는 것은 맞다. 한은 입장에서는 경제를 안정시키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 결국 우리나라 원화 자산에 대한 수요를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추진해야 한다.
-외환시장 개방한지 1년이 됐다. 평가를 한다면.
△우리가 1년간 외환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했고 관련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거래량도 늘었다. 조금 더 노력을 해야 될 부분이 있지만, 원화 자산 투자 프로그램이 조금 늘어날 수 있고, 외환 거래량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RFI(등록외환거래기관)의 거래 규모가 크지 않고 인센티브가 여전히 없는 상황이다. 계속 제도 개선을 할 필요는 있다.
-중립금리 상승 압력 받고 있다고 평가를 해줬는데,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이 중립금리 레벨 어디에 위치해 있다고 보시지 궁금하다. 또 이번 주 국정기획위 업무 보고가 있는데, 어떤 부분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중립금리는 추정 범위가 매우 넓지만, 현재 기준금리 2.5%는 대체로 한국은행이 추정한 중립금리 범위의 중간 정도의 레인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국정위 보고는 관례에 따라 부총재가 참석했던 걸로 알고 있어 제가 참석할 생각이다. 거시 경제 현안이나 금융 안정 상황 등에 관련된 내용을 말씀드리려고 한다. 스테이블코인 등 최근 현안에 대해서도 보고하겠다.
-한강프로젝트 2차 테스트가 4분기로 예정돼있는 것으로 아는데, 관련 입법 논의가 정리될 때까지 상당 부분 연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는지. 원화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여당은 비은행 발행을 말하고 있는데, 한은 입장은 은행권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인지.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은이 은행과 파일럿 2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늦어질 수도 있겠으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또한 한은의 입장은 금융 안정과 직접결제 안정성 등을 바라봐야 하는 것이니 은행을 중심으로 하자는 것인데,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으니 앞으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대응 시나리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 한은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지급결제관리 권한을 놓지 않으려고 은행 중심으로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현재 법령으로 지급결제권한은 지금 한은이 다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을 중심으로 추진된다고 해서 한은이 권한이 유지되거나 확대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권한에는 항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저희도 고민을 하고 있다. 굳이 그렇게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올해 성장률 달성하려면 내수가 중요할 텐데, 소비심리지표는 나아지는 모습이다.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부분이 있을까.
△현재 파악한 바로는 민간 소비는 점차 개선 조짐이 있다. 다만 건설 투자 부진은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 같다. 수출은 IT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관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현재 재정쪽에서 여러 가지 내수 침체 대응이 이뤄지고 있으니 전체적으로 미약하지만 민간 소비가 개선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집값에 대한 기대 심리를 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걸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보는지. 금리 인하에 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속도나 폭을 조절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명확한 시그널을 줄 필요도 있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돼야 하는 시급성에 대해선 공감하는지도 묻는다.
△현재 일부 서울 일부 지역 주택 가격이 굉장히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가계 부채도 상당히 염려되는 상황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가계부채는 그동안 고려 요소였지만 이제 더 큰 고려 사항이 됐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지만, 적지 않은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과 관련해 한은행이나 제 개인적 입장에서도 기본 취지는 공감한다. 기술 혁신이나 어떤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선 십분 동감하지만, 외환시장에나 국제금융시장에서 원화 스테블 코인을 발행해서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사용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선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