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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글로벌 공급망 흔드는 관세전쟁, 당장 물가가 걱정이다

논설 위원I 2025.04.04 14:12: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각국에 부과할 상호관세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에 적용할 관세율은 25%로 정해졌다. 당장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물가 후폭풍이 걱정이다. 관세전쟁의 여파로 원화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가 뛰고 이는 곧바로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경북 일대를 휩쓴 큰 산불은 또다른 변수다. 사과·양배추 등 농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물가당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석 달 연속 2%대다. 아직은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목표치 범위 안에 있으나 안심할 순 없다. 특히 커피, 빵 등 가공식품 물가가 3.6% 오른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업계는 공급망 불안으로 커피, 코코아 등 식품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행여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전기·가스·철도 등 상반기 공공요금을 동결한 것은 적절했다.

안전자산인 미국의 달러화는 위기 때 늘 강세를 보인다. 한국에 대한 관세율(25%)은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보다 높다. 대미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환율은 상승)할 수 있다. 최근 원화는 달러당 1470원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달러당 1500원을 마지노선으로 환율이 물가를 자극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사실 관세전쟁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 소비자들이다. 관세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인플레이션이 3.5%에 이르는 반면 성장은 1%에 그치고 실업률은 4.5%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경기침체 확률은 종래 20%에서 35%로 높였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1930년대 대공황 직전 상황에 비유한다. 그때도 미국이 관세 전쟁을 촉발하면서 세계 경제가 폭삭 꺼졌다. 정부는 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경제안보전략TF 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수출, 환율, 물가 등 정부가 점검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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