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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묵은 낡은 공장형 노동법..AI시대에는 족쇄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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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I 2025.04.28 17:05:36

[좋은일자리포럼]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기조발제
"AI는 전기·증기기관과 같이 경제 전반 활용 범용 기술"
AI시대 핵심은 유연성..다양한 고용·노동형태 수용 '노동계약법' 필요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28일 서울 중구 KG타워에서 열린 ‘2025 좋은 일자리 포럼’에서 ‘AI시대 노동개혁 방향과 과제’란 주제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일자리연대와 이데일리·이데일리TV가 공동 개최한 ‘2025 좋은 일자리 포럼’은 급변하는 노동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고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전문기자] “AI는 이제 단순 반복 업무만 대체하지 않는다. 숙련된 인지 노동까지 삼키며 노동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다.”

조준모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8일 열린 ‘2025 좋은일자리포럼’에서 “AI가 전방위로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며 “AI와 친한 노동과 친하지 않은 노동으로 구분돼 생존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교수는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과 추론형 인공지능(Neuro-Symbolic AI)의 비약적 발전이 노동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노동법 체계를 전면 개편하고, 노동계약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10만대 생산라인에 로봇 950대, 근로자 880명

조 교수는 “AI는 과거의 전기, 증기기관과 같이 경제 전반에 활용되는 범용 기술”이라며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수행하며 모든 산업과 직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노동시장 기본 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AI에 의한 노동 대체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미국 조지아주에서 가동 중인 현대자동차 제 3공장은 고급 프로그래밍과 설계 작업은 인간이 수행하지만, 품질이 균일해야 하고 반복 업무가 많은 생산공정은 AI와 로봇이 이미 근로자들을 대체하고 있다.

이 공장은 연간 10만대를 생산하는 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880명뿐이다. 로봇은 950대로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다. AI와 로봇을 투입한 이 최첨단 공장의 자동화율은 40%에 이른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4배다.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추론형 AI를 활용해 국방, 보건,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다. 팔란티어는 오사마 빈 라덴 은신처 색출, 우크라이나 전쟁 전략 수립, 코로나19 대응 전략 마련 등에서 AI를 활용한 의사결정 혁신 사례를 만들어냈다.

AI기반 플랫폼 경제도 급성장하고 있다. ‘업워크’(Upwork)와 ‘파이버’(Fiverr) 같은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에서는 AI 기반 작업이 빠르게 일상화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초단기 일자리를 AI로 시스템화하고 있다. 중국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Meituan)과 알리바바(Alibaba)는 AI 수요예측, 배차 최적화, 물류 자동화 등을 기반으로 시간 단위·건당 단위 초단기 계약근로를 확대하고 있다.

조 교수는 “AI는 경직된 노동시장일수록 더 큰 파괴력을 가진다”며 “초단기화되는 글로벌 노동시장 트렌드에 맞춰 한국 역시 디지털 전환형 노동시장 재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낡은 공장형 노동법, AI 시대 족쇄..“AI 시대 핵심은 유연성”

특히 조 교수는 “현행 노동법은 하나의 사업장에 전속된 정규직 근로자만을 보호 대상으로 삼고 있고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복수사업장 근로자 등 새로운 노동형태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다양한 고용 및 노동형태를 수용할 수 있도록 ‘계약 중심’으로 유연하게 설계된 ‘노동계약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발적 계약을 전제로 노동시장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독일과 프랑스의 노동개혁 사례를 예시로 제시했다. 독일은 2000년대 초 ‘하르츠 개혁’을 통해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기업별 협약 체계를 활성화하고, 종업원 대표기관을 일원화해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했다. 이를 통해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프랑스도 ‘마크롱 노동개혁’을 통해 전통적 집단 중심 노동법 체계를 탈피했다. 기존에는 ‘법 → 집단자치(단체협약)’ 체계만 존재했으나, 이를 ‘법 → 집단자치 → 개인자치’로 다층화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White-Collar Exemption) 제도 도입과 부문별 대표제 강화, 근로시간 자율선택제 등이 대표적이다.

조 교수는 AI 시대의 핵심은 ‘유연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는 본질적으로 유연성을 요구하는 기술”이라며 “노동시장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급격히 파괴할 것이고, 반대로 유연성을 흡수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경직된 노동시장일수록 AI의 파괴력은 커진다”며 “지금 당장 근로시간 유연화와 계약 기반 노동시장으로의 전환을 준비하지 않으면, AI 쓰나미에 노동시장이 삼켜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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