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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1위 TSMC는 점유율을 꾸준히 높였다. 2023년 4분기에는 61.2%였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67.1%로 상승했다. TSMC와 삼성전자의 점유율 격차는 2023년 4분기 49.9%포인트에서 지난해 4분기 59.0%포인트로 10%포인트 가까이 더 벌어졌다.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칩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도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삼성 시스템LSI 주력 제품인 엑시노스의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자사 갤럭시 스마트폰에도 제대로 탑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신작 갤럭시 S25 시리즈는 엑시노스 대신 퀄컴 스냅드래곤 AP를 채택했다.
반도체(DS)부문 내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동반 부진은 두 사업부가 삼성전자 한 몸 안에 함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파운드리의 경우 외부 팹리스 고객사 물량을 받아오는 수주 사업이다. 외부 고객사들 입장에서 삼성 파운드리에 일감을 맡길 경우 설계 기술이 시스템LSI사업부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삼성 파운드리를 이용하던 애플이 TSMC로 넘어간 것도 기술 유출 리스크의 영향이 컸다. 대량의 외부 고객사 물량을 수주하지 못하는 탓에 양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할 기회 역시 많지 않다. 수주 실패의 ‘악순환’이다. 반면 TSMC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원칙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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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탓에 삼성전자 안팎에선 파운드리사업부 혹은 시스템LSI사업부를 분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기로 결정한 것은 기술 유출 우려를 해소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석좌연구위원은 “파운드리를 분사하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팹리스의 고객인 동시에 경쟁사라는 이미지를 바꾸기 쉽지 않다”며 “시스템LSI 역시 TSMC 등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물량을 맡기는 게 부활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