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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 내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산업보안국(BIS)은 미국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즈, 미국 시놉시스, 독일 지멘스 등 EDA 기업들에 중국 고객사에 대한 기술 공급 등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DA 소프트웨어는 반도체 설계·제조업체들이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테스트하는데 쓰이는 반도체 설계의 핵심 도구다. 미국은 앞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고성능 칩의 대중 수출을 차단했는데, 이번에는 설계 단계까지 규제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에 규제 대상에 들어가는 3개사는 중국 EDA 시장의 약 80%를 차지한다. 중국의 고성능 칩 개발·생산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번 조치가 주목 받는 것은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를 두고 강하게 비판한 직후이기 때문이다. 황 CEO는 최근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미국의 AI 칩 수출 통제는)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라며 “AI 산업은 특정 국가가 독점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했다.
중국 사업 비중이 큰 케이던스와 시놉시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두 회사는 이날 주가가 각각 10.67%, 9.64% 폭락했다. 산업계에서는 미국 정부의 강경 일변도를 두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굽힐 뜻이 없어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K반도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계속 이어지게 됐다. 특히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스마트폰, PC 등 전방 수요가 둔화할 경우 반도체업계가 치명타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특히 스마트폰, PC 등은 중국 현지 생산 비중이 매우 높은 품목이다. 이는 곧 주요 IT 기기들의 단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미중 관세 전쟁의 흐름에 따라 업계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