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대외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지되자 원·달러 환율은 박스권 상단인 1380원을 웃돌며 언제든 다시 달릴 채비를 하고 있다. 다만 신정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에 국내증시로 외국인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 원화 강세를 기대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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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정규장에서 전 거래일 종가(1380.2원)보다 15.1원 내린 1365.1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날 10원 이상 오르면서 1380원대에 안착했던 것을 전부 되돌렸다.
6월 들어 환율 일간 변동성은 10~15원 이상 벌어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1350~1380원대의 박스권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단인 1350원대에서는 저가매수세가 유입되고, 상단으로 여겨지는 1380원대에서는 수출업체 등의 네고(달러 매도)가 나오면서 상하방이 막힌 모습이다.
전날에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다소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으로 해석되면서 환율이 박스권 상단을 뚫었다. 연준은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동결하고, 점도표(금리전망표)도 연 2회 인하를 유지했다. 하지만 관세인상이 물가를 올리고 경제활동에 부담을 줄 것이라 우려했고, 올해 금리 인하가 없을 것이라 보는 연준 위원은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더뎌지면 한미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고금리인 미국으로 돈이 몰린다. 이 때문에 달러화는 강세가 유지되면서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된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안전자산인 달러에 힘을 싣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출동이 일주일째 계속되는 가운데,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공격 여부를 2주 내 결정하겠다며 ‘최후통첩’을 했다. 미국의 군사 개입,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확전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중동 긴장 고조에 국제유가도 77달러까지 오르며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초 이후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약해졌다. 하지만 최근 중동 분쟁과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등으로 인해 다시 달러가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3000피’ 돌파…환율 하락이냐, 상승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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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6월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는 전월말 대비 11.8% 상승하면서 올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5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되고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함께 신정부의 정책 기대감이 국내 증시의 랠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달러 강세가 지지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다시 1400원에 다가설 가능성도 있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 의장이 이번에 발언한 걸보면 금리 인하 시점이 상당히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달러가 추가 하락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환율은 상방 위험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경기부양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국내증시 상승과 외국인 유입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하반기에도 환율 하락(원화 강세)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의견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관세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다면 국내 정책 모멘텀이 국내 증시의 추가 랠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이슈로 인해 단기적으로 달러가 오버슈팅하고 있지만, 미국 개입 등 중동 갈등이 장기화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며 “여전히 연준은 연내 1회에서 많게는 2~3회까지 인하를 바라보고 있고, 국내증시도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어서 환율이 1400원대로 다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