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추경에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채무는 처음으로 13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 기금 여유재원 등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추경 목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진 후에는 재차 재정준칙 논의 등 건전성 제고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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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9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총 30조 5000억원(세입경정 10조 3000억원 포함) 규모의 올해 2차 추경안을 의결했다. 정부는 장기화한 내수 부진과 미국발 관세 정책으로 인한 수출 둔화 등 대내외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핵심은 직접적인 소비 진작책인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전 국민 직접지원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이후 5년 만이다.
모든 국민은 두 차례에 걸쳐 15만~50만원의 지원금을 차등 지급받는다. 1차에는 차상위 계층(30만원)과 기초수급자(40만원)를 제외한 모든 국민이 15만원을 받는다. 인프라, 상권 등이 부족한 농어촌 인구소멸지역에 거주한다면 2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후 2차로 건강보험료 등을 산정해 소득 상위 10%에겐 지급하지 않고 전 계층에게 10만원씩 지급한다. 전 국민의 90%에 해당하는 약 4296만명이 총 25만원 이상을 받게 되는 것이다.
1차 지급은 이미 차상위 계층과 기초수급자가 선별돼 있어 2주 이내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2차는 건보료 등 소득 기준 산정 과정이 필요하다. 지난 5월 기준보험료 산정기준 고시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인 직장 가입자는 월 27만 3380원 이상을 납부하는 경우에 해당돼 2차 지급에서 제외될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소득 기준, 지급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아 행정안전부 중심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세부 사항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접적인 소비 인센티브를 위해선 1조원이 투입된다. 역대 연간 기준 최대인 29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국비지원율도 지역에 따라 차등적으로 상향해 현재 최고 10%인 할인율을 15%까지 높인다. 냉장고, 에어컨 등 11개 가전제품을 ‘고효율 제품’으로 구매하면 구매비용의 10%를 30만원 한도로 환급받을 수 있는 사업도 신설했다. 또 숙박과 영화관람 등 5대 여가 소비를 증진하기 위해 778억원어치 할인 쿠폰도 지급한다.
장기 부진을 겪고 있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2조 7000억원을 투입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성 지원과 위기 사업장 특별보증, 정부 출자 리츠를 통한 금융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한 지원이다. 또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중 올해 안에 조기 착·준공할 수 있는 철도·항만 사업을 중심으로 1조 4000억원을 들인다.
국가채무 1300조↑…“재정 건전성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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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근 기재부 2차관은 “국채 발행으로 지출확대를 충당한다면 국민 부담이 되기 때문에 연내에 집행되지 않을 사업들을 구조조정해 실용적인 지출 구조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유병서 세제실장도 “지난 2년간 세수부족 시 기금을 가져와 다른 쪽 지출에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기금의 조성 목적에 맞춰 여유 자금을 활용하는 형태”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이번 추경안이 통과되면 정부 총지출은 전년 대비 6.9% 늘어나 702조원에 달해 우려를 키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폭 역시 1차 추경 대비 24조원 늘어 110조 4000억원이 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은 4.2%다. 윤석열 정부가 재정준칙을 통해 공언했던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를 훌쩍 넘는다. 국가채무 역시 1300조 6000억원으로, GDP 대비 49.0%에 육박한다.
2차 추경은 물론, 내년도 예산안까지 ‘확장 재정’ 기조로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 차관은 “지금은 국가 재정이 경제 선순환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해서 추경을 하게 됐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 역시 항상 염두에 두고 운영할 생각”이라며 “과거 사례, 외국과 비교했을 때 현재 적자 규모가 위험한 수준은 아니고 지속 가능성 노력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재정 건전성 확보 노력을 정부가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재정 적자는 감내하더라도, 그간 재정준칙은 8년째 지켜지지 못했고 국가 빚을 내는 게 일상적으로 여겨져 왔다”며 “앞으로는 균형재정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재정과 국가 역할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시기는 맞다”라면서도 “앞으로는 체계적인 세입 전망, 운용 계획 등 재정 운용 전반을 내실화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