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형환 부위원장 주재로 ‘제13차 인구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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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출산·육아 등에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용어를 정비하는 안건은 이날 저출생 분야 주요 논의사항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관련 방침을 발표한 이후 관계부처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대상 용어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 변경이 필요한 용어를 발굴하고 대안을 검토해왔다.
법령용어 중에서는 △육아휴직→육아몰입기간·아이돌봄기간(남녀고용평등법) △경력단절여성→경력전환여성(여성경제활동법) △난임치료휴가→임신준비기간·희망출산휴가(남녀고용평등법) △학부모→보호자·양육자(공교육정상화법 등) 등이 대상이 됐다. 육아휴직의 경우 ‘쉬고 온다’는 부정적 어감이 제도 사용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난임은 개인의 결핍이나 실패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는 조손가족 등 다양한 가족 배경의 자녀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차별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
생활용어에서는 △시댁→시가·(배우자)본가 △집(안)사람·바깥사람→배우자 △유모차→유아차·영유아차 등 주로 성차별적인 요소가 중점적으로 검토됐다.
정부는 이처럼 대안이 마련된 용어에 대해서는 6월 중 국민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해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후 관계부처와 법령별 정비안을 확정해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법령용어의 경우 즉각 개정이 어려운 경우 대안용어 병기 또는 사업기관 명칭 우선 변경 등의 단계적 적용 방안을 마련하고, 생활용어는 국립국어원과 협력해 공문서 지침에 반영하고 공공홍보물 개선 작업에도 나선다는 바침이다.
주 부위원장은 “일상 속 용어가 국민의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용어 정비는 출산·양육친화적 환경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국민 의견을 반영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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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치매머니 관리를 위한 제도 및 금융 활성화 방안’은 고령사회 분야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치매환자들의 자산을 의미하는 치매머니는 이들의 의사를 확인하지 못할 경우 사실상 동결될 수 있어 초고령시대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치매머니 통계를 향후 △치매단계별 △지역별 △소득분위별 등의 분석을 추가해 매년 정례적으로 발표해 정책 설계의 기본자료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치매머니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치매 발병 전후로 관리 방안을 차별화해 단계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우선 치매 발병 이전 고령자를 대상으로는 후견, 신탁 등 제도와 금융상품을 안내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민간신탁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구체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설정된 부동산도 신탁할 수 있도록 신탁재산 범위를 확대하고 의료·간병비 지급을 위한 신탁된 부동산의 유동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의료, 세무 등 전문서비스와 연계를 위해 신탁 업무위탁 범위는 확대한다. 후견제도와 신탁제도 간 관계 등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작업과 함께 신탁 가입 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치매 발병 이후에는 전문성을 가진 성년후견인의 참여를 확대시키겠다는 구성이다. 이를 위해 치매 공공후견 지원 대상은 현행 저소득층에서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고, 전문 후견인 교육·인프라 확대 및 관리·감독 강화를 추진한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자산 외에는 후견제도와 민간신탁을 연계하고, 민간신탁 이용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정부가 직접 신탁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주 부위원장은 “앞으로 20여년간 베이비부머가 후기고령자층에 진입하면서 치매머니 규모가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연구용역 착수와 함께 관계부처·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연말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구체화하고 이를 제5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