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지난해 7월 대규모 대금 미정산 사태를 일으켰던 티몬은 약 1년 만에 오아시스 체제하에서 재도약의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추락한 소비자 신뢰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지만 오아시스는 50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판매자(셀러) 기반을 확보하게 되면서 기존 신선식품 새벽배송 외 종합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으로의 확장에 나설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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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는 ‘티몬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이 중심이 됐다. 법원 측은 “사업을 계속 영위할시 근로자 고용보장에 도움이 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는 것이 회생담보권자, 회생채권자, 근로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 이익에 부합하다”며 “부결된 회생계획안의 내용대로 상거래채권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보호조항을 정해 강제인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티몬은 지난해 셀러 대금 미정산 사태 이후 1년 만에 영업 재개에 나서게 됐다. 과거 큐텐그룹 산하 이커머스 플랫폼(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중 유일하게 인수합병(M&A)에 성공한 사례다. 지난해부터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를 뒤흔들었던 사건이었던 만큼 이번 티몬의 M&A는 향후 유통업계에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초반만 해도 M&A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지만, 결국 매각이 성사된만큼 이커머스 업계에 상징적인 전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아시스 입장에선 지난 4월 티몬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된 지 약 두 달 만에 인수를 확정 짓게 됐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116억원을 투입해 티몬을 인수하고 직원들의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에 별도로 65억원을 추가 투입한다. 인수 자금은 보유 현금으로 충당한다.
오아시스는 신선식품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이커머스 업체로 생산자와의 직거래, 자체브랜드(PB) 등 먹거리 중심의 사업을 전개 중이다. 지난해 매출 5171억원, 영업이익 229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9%, 72% 증가했다. 국내 새벽배송 이커머스 업체 중 유일한 흑자 기업이다.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면 전체적인 외형 확대가 기대된다. 올해 기준 오아시스의 회원 수는 200만명으로, 티몬의 500만명을 흡수할 경우 총 700만명을 확보한 거대 이커머스 업체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오아시스 입장에선 기업의 덩치를 단기간에 불릴 수 있고, 사업군도 확장할 수 있는 만큼 전략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층의 대거 유입도 긍정적이지만, 그간 티몬의 막강했던 셀러 네트워크를 한번에 흡수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고, 회원 수나 거래액 등을 IPO용 지표로 내세울 수 있다”며 “새벽배송에 특화됐던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를 통해 오픈마켓 형태의 판매채널,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확보하게 되면서 종합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영역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우선 티몬에 대한 대외 불신이다. 이미 등을 돌린 셀러들을 어떻게 다시 끌어올 것인지,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어떤 식으로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실제 이번 티몬 회생안의 강제인가 결정과 관련해 채권자들인 피해 셀러들 역시 긍정적인 입장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신정권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회생절차는 철저하게 기업을 위한 절차로 현재의 변제율(0.7%)만 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수기업(오아시스)이나 관리인을 내세운 회생이 아닌 기존 티메프 경영진의 피해 복구 참여 및 책임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오아시스가 곧 티몬의 운영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티몬은 최근 일부 셀러들에게 다음달 중순 플랫폼 재개를 알리는 메일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아시스 관계자는 “이커머스 1세대로 업력이 깊은 티몬을 다시 살려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산자에 대한 판로를 확대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후생을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