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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 시나 파이낸스는 8일(현지시간) “라부부의 블라인드 박스는 정가가 99위안(약 1만 9000원)이지만 희귀 모델은 중고(재판매) 시장에서 2600위안(약 49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6배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라며 “일부 한정판은 30배 이상의 프리미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해 희귀 모델의 연평균 수익률은 300% 이상으로 금의 연간 수익률(약 3~5%)을 훨씬 웃돈다”고 보도했다.
라부부는 홍콩 작가 캐싱 룽이 2015년 북유럽 신화를 모티브로 창조한 캐릭터다. 2019년 팝마트와의 협업으로 블라인드 박스로 출시됐고 2023년 키링 형태 플러시 토이로 재탄생했다. 이후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리사, 미국 팝스타 리한나, 영국 축구스타 베컴의 딸 하퍼 등 국제적인 유명인사들이 명품 가방에 라부부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돼 유행이 급속도로 번졌다.
주요 외신들은 라부부 열풍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지만, 과열 경쟁에 따른 사회 문제, 불법 재판매, 가짜 상품이 담긴 블라인드 박스의 대량 유통 등 범죄 행위도 동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BBC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영국 런던 웨스트필드 스트랫퍼드의 팝마트 매장에서 라부부 재고 입고를 기다리던 고객들 간 폭력 다툼이 벌어졌다. 재판매업자로 추정되는 그룹이 매장에 난입해 직원에게 현금을 던지며 라부부 독점을 시도했고, 이에 반발한 소비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투입으로 싸움은 멈췄지만 매장은 임시 폐쇄됐다.
이후 “라부부를 얻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제목으로 틱톡 영상이 빠르게 확산했고, 팝마트는 다른 영국 내 모든 매장(16곳)에서 라부부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영국 당국은 최근 라부브 재판매 시장의 가격 담합 의혹 수사에 나섰다. 관련 소비자 보호법 개정도 예고했다.
싱가포르에서는 라부브 구매를 둘러싼 불법 도박 행위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희귀 모델 획득 확률이 0.52%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지난해 11월엔 한 틱톡 라이브 스트리머가 ‘디지털 복권’ 형식으로 라부부 블라인드 박스를 판매하다가 도박 규제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세계 곳곳에서 블라인드 박스 구매를 위해 긴 줄을 선다거나, 밤을 새워 야영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팝마트는 온라인 예약제와 1인당 구매 수량 제한을 도입했으나 재고 부족과 재판매자들의 편법(다중 계정 사용)으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태국에선 여전히 블라인드 박스가 정가의 최소 2~3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다양한 논란에도 전문가들은 라부부 열풍이 단순한 소비 트렌드를 넘어 투자 및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남가주대학(USC)의 로버트 코지네츠 교수는 “라부부 희귀 에디션은 중고 시장에서 소매가의 300~500%에 거래된다. 고객들에게 감정적 만족을 주는 수집품이지만 투자 대상으로도 매우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팝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수요 폭증에 힘입어 130억 3800만위안(약 2조 46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주가가 10배 이상 폭등하며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6일 기준 328억홍콩달러(약 5조 6700억원)에 달했다.
팝마트는 미국·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기준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8배, 유럽 매출은 5배 각각 증가했다. 틱톡 쇼핑 라이브 방송으로 2만개 제품이 150만달러(약 20억 원)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팝마트는 올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110개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며, 이중 50개는 미국에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