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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상공론식 진료권 설정은 이미 많은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전남 순천·여수·광양 등 전남 동부권 사례를 중심으로 지역 필수의료 현장의 심각한 문제를 짚었다. 이 교수는 “소아과 문이 닫히고, 야간·공휴일 진료를 하려는 의사도 없다. 응급 환자가 오더라도 당직 의사가 없어 치료를 못 하는 날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지역의 필수의료는 공공병원인 순천의료원이 아닌, 대부분 민간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 의료진 또한 ‘민간병원이 왜 이런 걱정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의료기관 간 협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도 큰 문제였다. 의사와 병원 등 의료 자원도 부족하지만 협력이 되지 않아 필수의료 인프라가 없는 지역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민간병원은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남으려 하고, 공공병원은 공공의료 정책만 바라본다. 지역 내 협력 시스템이 없으니 특정 병원이 365일 당직을 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초자치단체가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 재정이 부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구체적으로 지역 단위로 필수의료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성과를 내는 시범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필수의료는 더 이상 중앙정부 지침에 따라 움직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생활권 단위에서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이 지원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지역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