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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골프·백현동 발언’ 1심과 판단과 같이 ‘유죄’로
대법원은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밝혔다. 쟁점이 된 발언은 총 3가지인데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 발언 중 이른바 ‘골프 발언’과 ‘성남시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발언, 백현동 용도 변경에 국토교통부 협박이 있었다는 발언이다. 1심은 이 중 골프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었다. 대법원은 1심과 같이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다시 판단을 뒤집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골프는 장시간 함께한 사교적 교유 행위인 점을 비춰볼 때 피고인의 발언은 선거인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주요한 사실”이라며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므로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방송에 출연해 김 처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해명하며 ‘국민의힘에서 전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골프를 친 것처럼 했던데, 조작한거죠’ 라는 발언을 했다. 대법원은 이 발언이 “선거인은 피고인인 김문기와 해외 출장은 갔지만 출장 중에 골프를 치진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1심 재판부 역시 해당 발언이 선거에서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었다.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될 목적으로 연설·방송 등 방법으로 출생지·가족관계·직업·경력·재산·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심에선 골프 발언이 ‘피고인이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를 몰랐다’는 부분에 대한 보조적 논거에 불과하고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을 뒤집었다. 이날 반대의견은 낸 대법관은 2심 판단과 유사하게 “골프 발언이 위와 같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큼에도 다른 합리적 해석의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 발언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공직후보자에 허위사실 공표 엄격히 적용” 강조
조 대법원장은 2021년 국회 국정감사 당시 이 후보의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단순히 압박을 받았다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표현이 아니라 의무조항을 들어서 했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이 조항이 적힌 패널까지 제시했다. 이는 구체적인 사실”이라며 “단순히 과장하거나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용도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이었고 국토부가 의무조항 들어 압박한 일은 없다”며 허위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하지 않을 시 성남시에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한 주장에 대해서도 “국토부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은 허위 발언을 했다”며 “선거인에게 국토부가 협박해서 부득이 용도변경했다는 잘못된 인상 주기에 충분하고 선거인 판단에 영향을 줄만한 구체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공직 후보자가 자신에 대한 사실을 국민에게 허위 사실 공표하는 것을 일반 국민이 의견을 공표하는 정도와 똑같게 허용될 수는 없다”며 “공직선거법의 허위 사실 공표죄는 공직자에게 엄격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을 제시한 대법관들은 백현동 발언에 대해 “정치적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정책의 합리성 정당성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근본적인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는 의견 표명에 해당해 허위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대법원은 김문기 처장 관련 발언 중 골프 발언을 제외한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처장을 알지 못했다’ 등 나머지 발언에 대해서는 인식의 차원이지 독자적인 허위 발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했다.
법조계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선거범의 재판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의 준수를 각급 법원에 강조해 왔던 만큼, 이번 상고심 판단을 신속하게 판단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제1심은 공소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제2심 및 제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각각 3개월 이내 반드시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파기환송된 이번 사건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부가 배당돼 추가 양형심리를 거쳐 형량을 새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선고 직후 “원심의 법리오해 등 위법을 바로 잡은 대법원 판결 선고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