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고려해운 싱가포르법인에서 만난 이병기 법인장은 회사의 차별화된 해운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고려해운은 국적선사 중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째 한국과 싱가포르 물동량 1위를 기록 중인 탄탄한 중견 해운사다.
이 법인장은 인도 뭄바이와 서울 본사 근무를 거쳐 지난 2023년 2월 싱가포르법인장으로 부임한 18년 경력의 해운 전문가다. 싱가포르법인은 고려해운의 글로벌 핵심 기지 중 하나로 1996년 서비스 시작 후 2009년 법인 설립을 통해 30년째 이 지역 수출입과 환적 업무를 주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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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해운 경쟁력에 대해 이 법인장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는 이유는 단순한 지리적 장점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공용어가 영어이고 금융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데다 선박 소득 면세 등 세제 혜택도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그럼에도 싱가포르는 물가, 인건비 등 전반적인 비용이 비싸다는 게 딜레마”라며 “급한 물량이 아니라면 인근 말레이시아 포트켈랑 등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싱가포르 정부에서 환적 유치 인센티브 등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 법인장은 고려해운의 경쟁력으로 높은 정시율과 전산화 시스템, 촘촘한 영업망을 꼽았다. 최근 고려해운은 전산화 시스템을 더 강화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해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법인장은 “전 세계 선사들이 영업과 예약 시스템을 온라인 기반으로 전환하고 있고 우리 역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운임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며 “이런 흐름에 맞춰 디지털 전환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했다.
고려해운은 최근 미주 노선 재개에도 나섰다. 1980년대 미주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해운 합리화 과정에서 중단됐던 노선을 40년 만에 다시 연 것이다. 이 법인장은 “중장기적으로 미주 시장을 다시 공략해 글로벌 캐리어로 도약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를 흔든 변수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다. 이 법인장은 “수에즈 운하가 막혀 희망봉을 도는 배들이 늘면서 운임 불안정성이 커졌고 호르무즈 해협 역시 잠재적 위협이 있다”며 “후티 사태에서 학습효과가 있었고 운임 상황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영향과 관련해 그는 “중국에서 미주로 향하는 물량이 관세 영향으로 줄었고 싱가포르에서 중국으로 가는 수출 물량도 10% 이상 감소했다”며 “결국 중장기적으로 (중국에서) 동남아로의 공급망 이동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 기사는 (재)바다의품과 (사)한국해양기자협회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