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0%에서 43%로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새 제도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모든 세대가 향후 8년 동안 0.5%포인트씩 보험료율을 일괄 올리는 방식이 젊은이들의 부담만 키운다는 것이다. 또 국민연금의 안정적·지속적 지급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지급 보장 명문화’의 경우 기금이 소진될 시 미래세대에게는 적용되지 않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
이번 모수개혁안을 통해 인상된 소득대체율 43%는 2026년 이후 보험료를 납입하는 가입자에게 적용된다. 즉 구조 자체는 납입 기간이 길게 남아 있는 청년세대에게 유리하다는 의미다. 이번 연금개혁으로 현재 연금을 수급하는 이들의 연금액에 변화는 생기지 않을 예정이다.
개혁 전후를 비교하면 청년들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떨어지고 소득대체율은 올라간다는 추산이 구체화된다. 기금 소진 시점이 기존 2056년에서 2071년으로 미뤄지는 데 따른 것이다. 예컨대 2006년생(20세)의 경우 원래대로라면 2026년 기준 9%, 41%였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2056년에는 27.1%, 40%로 조정되며 2065년에는 소득대체율은 그대로인 반면 보험료율이 32.5%까지 올라간다. 반면 새 제도가 적용되면 2026년부터 2065년까지 소득대체율은 43%로 유지되고 보험료율 9.5%에서 12.7%로 올라 상승 폭이 축소된다.
여기에 출산·군 크레딧 확대 효과까지 고려하면 1.45%포인트의 소득대체율 추가 인상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개혁안에 따르면 군 복무에 대한 국민연금 가입 인정 기간(크레딧)은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었으며 출산 크레딧의 경우 첫째와 둘째는 각각 12개월, 셋째부터는 18개월씩 인정하고 50개월 상한은 폐지한다.
|
18년 만에 성사된 연금개혁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에서는 “청년을 위한 개혁”이라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앞서 국민연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신년 업무보고를 통해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올초가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이라고 공표하며 상반기 내 완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24일 KTV 국민방송에 출연해 “현재 기준으로 연금 기금은 2056년에 소진되는데, 지금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그만큼을 젊은 분들이 내야 한다”며 “기금이 소진되면 2057년부터 자기 소득의 약 27%가 되는 돈을 내야 했는데 이번에 13%로 보험료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출산·군 크레딧 확대와 관해서는 “출산한 분들도, 군대 다녀온 분들도 청년”이라고 강조했다.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서는 “청년들이 기금 소진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가에서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못 박은 것으로, 청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국회에서는 이번 연금개혁에 주요 역할을 했던 이들이 중심이 돼 잔불 진화에 나서고 있다. 21대 국회부터 공론화를 거쳐 여야가 그 중요성에 공감한 결과인 만큼, 연금개혁에 대해서는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게 공통된 입장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령화 인구 증가와 경제 상황 등을 전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연금제도는 계속 손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가야 하는 현재진행형 사안”이라며 “이번 합의는 그 시작을 알리는 차원이고 경직됐던 연금개혁 논의를 보다 유연하게 지속해서 추진해 가자는 방향성의 제시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연금개혁은 세대별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이 아닌, 우리 공동체의 지향점을 찾아가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여야는 모수개혁 이후 추가적인 구조개혁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특위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위는 국민의힘 6명·민주당 6명·비교섭단체 1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 활동 시한은 올해 연말까지지만, 필요 시 연장할 수 있다.
국회는 청년 의원의 참여를 늘리는 방식으로 특위 구성을 개편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보건복지위원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연금 문제를 세대와 세대가 싸우는 방식으로 풀어선 안 된다”며 “젊은 세대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구조로 연금 개혁특위가 구성되도록 당 지도부나 국회의장에게 의견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