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오 시장은 지난 21~22일 이틀에 걸쳐 서울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20여명과 동작구 소재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진행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준석이 당에 빨리 들어와야 한다”, “(이 의원이)빨리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전당대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당에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는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합당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오 시장은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1대 대선에 개혁신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준석 의원은 보수 단일화에 응할 것이란 정치권의 예측을 깨고 완주했다. 이 의원은 전국에서는 8.34%, 서울지역에서는 이보다 높은 9.9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오 시장이 이같이 발언한 것은 이준석 의원이 이끄는 개혁신당이 다가올 지방선거에 후보를 낸다면 대선과 같이 보수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서울 25개 구 중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제외하고는 22개 선거구에서 모두 패배했다. 서울에서 대선과 같은 상황이 지방선거에서도 이어진다면 국민의힘은 시장 선거는 물론 구청장 자리 대부분도 내줄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서울 25개 구 중 14개가 국민의힘 10개가, 민주당 1개가 무소속이다.
실제 오 시장은 지난 15일 이 의원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서울시장 공관에서 이 의원 외에도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재섭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만찬회동을 진행했다. 당시 오 시장과 참석자들은 당 상황에 대해 “이대로라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 시장의 제안에 대해 일부 당협위원장은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이 합당 시 이준석 의원이 요구하는 조건을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다. 당시 만찬에 참석한 한 당협위원장은 “오 시장의 당위론적인 주장은 분명히 맞는 이야기”라면서도 “다만 국민의힘이 이준석 의원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합당 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공개적인 절연 외에도 여전히 핵심인 범친윤(친윤석열)계의 완전한 청산, 청년·개혁 세력이 당의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오 시장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 이준석 의원을 포함한 보수 단일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만찬에는 이른바 주요 친한계(친한동훈)로 불리는 배현진·박정훈 당협위원장 등은 불참했다.
다만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의 합당 등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동훈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오 시장은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겠으나, 이 의원 입장에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다. 개혁신당 전당대회 등이 더 큰 현안”이라며 “확정된 부분은 아니나, 내년 지방선거에 최대한 많은 개혁신당 후보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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