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송 장관은 이 대통령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농망법(농업을 망치는 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며 막아섰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재명 정부가 업무 능력과 전문성 등을 인사에 최우선으로 반영해 화합과 실용주의 행보를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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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23일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농식품부는 이날 공개된 인선 가운데 유일하게 새로 지명되지 않고 현 장관이 유임됐다. 농촌경제연구원 출신인 송 장관은 윤석열 정부인 지난 2023년 12월 정황근 전 장관에 이어 농식품부 장관에 임명됐다.
앞서 이명박 정권에서 박근혜 정권으로 전환될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유임된 사례가 있기는 했지만 정권과 여당이 전부 바뀌었는데 전임 장관이 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송 장관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표로 있을 당시 발의했던 1호 법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2번이나 재의요구한 당사자다. 이재명 정부의 농업 관련 국정 방향과 결을 달리해온 셈이다.
양곡법 개정안은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송 장관은 지난해 11월 해당 법안을 비롯해 농산물유통·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4개 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하자 “헌법에 따른 자유시장 경제 원칙을 무너뜨리는 ‘농망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또 송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11명의 국무위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송 장관은 이후 “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인 줄 알지 못했다. 알았으면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권 넘은 실용주의 인사…양곡법 개정안 재추진 속도
송 장관의 이 같은 전적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유임을 결정한 것을 두고 국정기조인 화합과 실용주의에 무게중심을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능력 중심 인사, 국민 통합 인사’를 강조해왔다. 송 장관이 충남 논산 출신에 서울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는 등 정치색이 강하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유임 사유와 관련해 “새 정부 국정 철학에 동의하고, 과거 어떤 활동 결정을 했든 간에 새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송 장관은 양곡법 개정안의 의무매입 조항에는 반대했지만,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을 이행한 농가만 조건부로 매입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등 민주당과 접점을 찾기 꾸준히 위해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새 정부 출범 직후 개최된 국무회의에서도 송 장관은 이런 의견을 적극 피력했고, 이 대통령 역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송 장관은 새 정부 내각 구성이 완료될 때까지 “공직에 있는 기간만큼은 각자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이 대통령의 주문에도 적극 동참해 매주 업무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물가 안정 방안 등 현안을 점검해 왔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에서 유임에 대한 소감을 묻는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여서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며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하게 발전해서 국민한테도 부담이 되지 않고, 농업인의 삶도 나아지도록 분골쇄신 하겠다”고 밝혔다.
양곡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의에는 “부작용이 없는 선에서 국정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