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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주 옥수도, 날벼락 대치도 "일단 관망" 눈치게임[르포]

박경훈 기자I 2025.03.24 18:14:52

토허구역 첫날 수혜주 '옥수', 울상 '대치' 가보니
옥수 "주말 사이 전망 묻는 매도인 전화 많이 와"
"강남 상승 멈췄는데, 이곳 혼자 뛰겠나"
대치 "매도자 급할 거 없어, 9월까지 지켜볼 것"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여기서 팔고 이사 갈 곳이 강남, 잠실인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묶였으니 처분 대금을 가지고 할 게 없는 상황인 거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로 확대된 24일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매물 정보란이 비어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24일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대상으로 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확대 지정 첫날 ‘수혜주’로 꼽히는 성동구 옥수동 인근 A공인중개사의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번 토허제 확대 지정으로 인해 마포·성동·강동 등 한강변 입지에 대한 ‘풍선효과’를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 효과가 일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인근 부동산 업소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먼저 매도자 입장에서는 집을 판 이후가 문제다.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래미안옥수리버젠’은 통상 강남권 바로 다음 급지로 꼽힌다. 문제는 강남에 대한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형태)를 원천적으로 막다 보니, 어지간한 현금 확보가 되지 않는 한 바로 강남권 집을 매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반면, 잠재적인 수요자들은 강남권 가격이 묶여버리니 연이어 옥수동 가격 하락을 기대 중이다.

A공인중개사는 “전체적으로 관망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매도인, 매수인 시선은 확연히 다르다”면서 “주말에는 ‘앞으로 분위기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매도자들의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인근 B공인중개사는 과거의 상승세는 어렵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B공인중개사는 “과거에는 호가를 세게 불러도 추격매수하는 경향이 실제 있었다”면서 “이제 강남 가격 상승세가 멈췄는데, 이곳 혼자 뛰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토허제 자체보다도 대출 규제를 집중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B공인중개사는 “최근 가격 상승 시작은 대출 규제 완화로 시작된 것”이라면서 “다시 은행에서 갭투자용 대출을 막는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피력했다.

24일 찾아간 서울 성동구 옥수동 e편한세상옥수파크힐스 일대.
발길을 돌려 ‘사교육의 메카’인 대치동으로 향했다.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중 하나는 대치동은 지난달 토허구역에서 해제됐다 한 달 만에 다시 토허구역에 묶였다.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대체로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올 초부터, 토허구역 해제 이후 시끄러웠던 곳은 정작인데 ‘잠실’인데 이곳까지 싸잡아 묶였다는 논리에서다. C공인중개사는 “토허제 지정 발표 이후 급매가 쏟아졌다는데 대치동은 아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애초에 대치동은 가격이 워낙 높아 잠실처럼 갭투자가 일어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C공인중개사는 “이곳 갭투자는 지방의 부호들이 실거주는 못 하지만 임대가 잘 나가니 하는 것”이라면서 “토허제 해제가 오래갔으면 그런 분들이 움직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D공인중개사는 향후 집값은 어차피 6월 이전까지는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개학 맞이 수요는 끝이 났고, 6월 종합부동산세 납부 이후에나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D공인중개사는 “매도자 입장에서는 토허구역 지정이 끝나는 9월까지 관망할 걸로 보인다”면서 “토허구역을 1년 이상 묶어 놓는다는지 하면 모르겠지만,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9월까지가 그렇게 빠듯한 시간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부터 토허제가 확대 재시행되는 것과 관련 이데일리가 국내 부동산 전문가 4인에게 긴급 설문한 결과 대부분은 토허제로 인한 집값 안정 효과는 ‘일시적 숨고르기’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풍선효과와 관련해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강동구과 마포구 그리고 일부 전문가는 성동구까지도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과천이나 분당 등 강남에서 비교적 가까운 수도권이라도 서울을 넘어선 지역에서 풍선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토허제 지정과 더불어 갭투자(전세 낀 매매)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투자 수요자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지만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실수요자들에겐 지금이 오히려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할 기회라는 의견들을 전했다. 토허제로 아파트 투자 수요가 고급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옮겨 갈 수 있냐는 질문에는 다수의 전문가들이 아파트를 대체할 만한 인프라를 갖춘 오피스텔, 빌라 등 선별적으로 수요가 분산 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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