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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1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유시민 작가·도올 김용옥 선생과의 대담에서 “검찰 수사권 문제는 기소하기 위해 수사하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법무부 안에 있던 어디에 있든 수사 담당기관과 기소·공소유지 담당기관은 분리하는 게 맞다”며 “권력이 뭉쳐있으면 남용된다. 권력 본성이 그렇다. 권력은 견제하게 만들어야 한다. 독점하면 안 된다”고 부연했다.
이 후보의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이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민주당의 공식 대선 공약으로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선 문재인정부 시절과 같은 ‘수사권 축소’로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제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를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완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선 패배 후 ‘검수완박’ 추진했으나 ‘수사권 축소’로 일단락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은 문재인정부에서도 강도 높게 추진됐다. 문재인정부는 2019~2020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고,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행 처리했다.
이어 2022년 3월 대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엔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안을 추진했다. 같은 해 5월 출범하게 될 윤석열정부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거부(재의요구)권 행사가 확실시됐기에 문재인정부 임기 만료 전 빠르게 법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검찰과 국민의힘 등의 강력한 반발 속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검찰의 1차 수사의 경우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에서 ‘2대(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의 경우도 사건의 단일성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수정돼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윤석열정부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주도로 출범 3개월 후 2022년 8월, 검찰청법이 수사범위를 ‘부패·경제 등’으로 규정한 점에 착안해,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사실상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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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檢 이용 야당 도륙? 우리도 망한다”
검찰개혁TF가 논의한 검찰 개혁의 핵심이 바로 이재명 후보가 언급한 수사와 기소 분리였다. 검찰을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로 분리해 별도의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공소청 소속 검사는 중수처 등 수사기관이 신청하는 영장에 대한 검토를 거쳐 법원에 이를 청구하거나, 공소제기(기소) 여부 및 공소유지 업무만 담당하도록 하게 한다는 것이다. 수사기관에 대한 수사지휘 역시 현재와 마찬가지로 금지하도록 했다.
검찰에서의 수사 기능은 중수처로 이관되도록 했다. 수사범위가 제한돼 있는 검찰과 달리, 중수처의 수사 범위 제한을 폐지하는 등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같은 전문 수사기관으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중수처엔 검사 신분을 두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검찰청 소속 검사가 중수처로 가게 될 경우 검사 신분을 잃도록 했다.
민주당 내에선 검찰개혁TF로 구체적인 법안 발의까지 준비했지만,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 정국 갈등 심화 등으로 실제 발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 사이 검찰의 문재인정부 및 민주당 관련 수사가 연이어 무죄를 선고받으며 개혁 명분은 충분히 쌓였다는 것이 민주당 내부의 평가다. 특히 수년간 막대한 인력을 동원해 수사했던 이재명 전 대표가 법원에서 위증교사와 공직선거법 기소 사건에서 연이어 무죄를 선고받으며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입증됐다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를 지지하며 검찰 개혁 시기를 늦춘 문재인정부의 행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검찰로 야당을 도륙할 경우) 그럼 우리도 망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