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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수 시위대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됐던 헌재 앞은 이미 지난 2일부터 최고 경비 태세에 들어갔다. 헌재 반경 100m를 필수인력 외엔 아무도 출입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진공상태’로 만들었던 경찰은, 지난 2일 이를 150m로 확대해 경계를 강화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당시 차단선을 헌재와 다소 가깝게 설정해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이다.
이 같은 경계 강화에 따라 윤 전 대통령 파면 선고 직후 곳곳에서 벌어진 집회 현장에선 부상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 파면 당일 집회 현장에서 4명이 숨지는 등 총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경찰 내부에서는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강하게 대처할 것이란 메시지를 냈고 집회 참가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캡사이신이나 장봉 등을 적극 사용해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 수뇌부는 선고일을 앞두고 “과격 행동을 하는 참가자에 대해선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수차례 한 바 있다.
아울러 선고를 앞두고 보수 단체들이 당초 예고한 헌재 앞 안국역 인근이 아닌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이날 사고를 막는 데에 한 몫을 했다.
한편 이날 윤 전 대통령 파면이 선고된 직후 안국역 인근에선 한 남성이 격분해 경찰 차량을 파손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는 현장에서 공용물건손상죄 혐의로 체포됐고 범행에 사용한 둔기는 바로 압수당했다. 아울러 한남동 한 카페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자가 분신을 시도한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실제로는 벌어지지 않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경찰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오후부터 헌재 인근 진공상태 상황을 순차적으로 해제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주말 사이 보수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고 ‘국민 저항권’을 여전히 주장하는 단체가 있는 만큼 당분간 경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