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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버킨백' 비싸진다…"명품 가격 6% 올려야 관세 상쇄"

방성훈 기자I 2025.04.04 15:56:09

트럼프 관세, 명품 수요 직격…에르메스 “가격 올릴것"
"평균 6% 가격 올려야, 안올리면 영업익 최대 7% 감소"
유럽산 고집 케어링 최대 피해, LVMH 美생산 늘릴수도
명품 소비 양극화 우려… 짝퉁 소비도 증가 조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명품 업계도 경영 전략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명품이 유럽에서 수입되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20% 상호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사진=AFP)


◇“명품 가격 평균 6% 인상해야 관세 부담 회피”

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매체 포춘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유럽 명품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따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제품 가격을 평균 6% 인상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영업이익이 최대 7%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JP모건체이스의 유럽 명품 리서치 총괄인 치아라 바티스티니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명품 기업들에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도 하락, 중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단순한 제품 가격 인상을 넘어 명품 수요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명품 시장에서 유럽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아울러 EU 집계에 따르면 유럽의 명품 수출은 연간 약 2600억유로(약 413조 3376억원)로 전체 수출의 10%를 차지한다. 미국의 명품 수입액은 의류, 액세서리, 보석, 화장품, 시계 등 다양한 품목으로 나뉘어 정확한 산출은 어렵지만, 대부분을 유럽에서 직접 수입하고 있다.

포춘은 “명품 브랜드별로 어떤 유형의 고객을 대상으로 삼는지에 따라 관세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관세에 따른 영향이나 대응 전략이 브랜드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는 얘기다.

◇에르메스 “가격 올릴 것”…LVMH, 美생산 확대 가능성

프랑스 명품 대기업 케어링그룹이 관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대표 브랜드인 구찌와 생로랑의 모든 제품을 유럽에서 생산하고 있어서다. 앞서 케어링그룹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만드는 제품은 곧 유럽 문화의 일부”라며 미국으로 생산 이전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문제는 케어링그룹이 최근 전 세계적인 명품 수요 둔화 및 내부 경영 위기로 실적이 악화한 상태라는 점이다. 즉 제품 가격을 올려 관세에 대응하기엔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포춘은 설명했다. 케어링그룹은 구찌와 생로랑 외에도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 브리오니, 부쉐론 등의 브랜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는 예외다. 이 회사는 가격을 올려 관세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가격을 인상해도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 것이다. 악셀 뒤마 에르메스 회장은 “미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지역별 가격 차이에도 익숙하다”며 고가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시사했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다른 브랜드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생산시설을 일부 보유하고 있어서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아내, 아들, 딸을 데리고 참석한 사실이 재조명되며, 향후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VMH는 루이비통, 디올, 펜디, 지방시, 로로 피아나, 겔랑, 불가리, 태그 호이어, 베르사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회 골목에 명품 브랜드의 제품을 모방한 ‘짝퉁’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AFP)


◇명품 소비 양극화 우려… 짝퉁 소비도 증가 조짐

전문가들은 명품 브랜드들이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면 미 소비자들이 유럽 현지 여행시에나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경우 유사 제품(짝퉁) 소비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저가 명품 모조품을 소장하는 것도 능력이라며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포춘은 전했다.

아울러 미국에선 지난해 말 월마트에서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유사한 디자인으로 판매된 ‘워킨백’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당시 틱톡에선 이 제품에 대한 구매 인증 릴레이가 펼쳐졌다.

포춘은 “명품은 충성 고객들이 항상 그래왔듯 앞으로도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가격 부담이 커질수록 짝퉁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그만큼 관련 시장도 성장할 것이다. 이미 변화는 진행중이며, 당장 멈추지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관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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