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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형산불의 원인은 고온 건조한 날씨, 강풍 등 기후적 요인, 대형헬기 등 산불 진화 장비와 인력 부족, 임도, 숲 가꾸기 등 다양한 원인이 함께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이와 함께 영남권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심한 지역으로 산불 영향구역 내에 방치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목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6월부터 장마철이 시작되면 산사태 피해가 예상된다. 소나무재선충병 확산도 우려된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산불, 산사태, 산림 병해충이 서로 연관, 원인을 제공하거나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산불 피해지역에 비가 내리면 타고 남은 재층으로 인해 빗물이 흙 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지표면으로 빠르게 흘러 많은 양의 흙이 산 아래로 쓸려가게 된다. 산불로 인해 죽은 나무는 뿌리가 부패 되면서 토양을 붙잡고 있던 힘이 약해져 장마철이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상대적으로 산사태 발생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를 대상으로 시계열적 토사 유출량을 측정한 결과, 산불 발생 후 2년이 경과 된 시점에서도 1.275g/㎡ 이상 유출돼 일반산림보다 3~4배 높았다. 산불피해지가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 내에 있거나 근접할 경우 소나무류 산불 피해목은 소나무 재선충 매개충의 서식과 산란처로 기능해 소나무 재선충 매개충의 밀도를 증가시켜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
산불피해 후 2년간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의 밀도는 산불피해가 없는 곳의 10~14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불 발생 이듬해에는 산불피해가 발생한 해보다 솔수염하늘소의 밀도가 3~13배 이상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산불, 산사태, 산림 병해충은 통합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산림재난현장의 ‘인력운영 시스템’이다, 산불 조심 기간에는 산불감시원과 산불 예방 전문진화대를, 산사태 방지 기간에는 산사태 방지단을, 산림 병해충 방제 기간에는 병해충 예찰방제단을 각각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몇개월만 기간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전문성이 떨어지고 연령층도 젊은 사람보다는 60~70대가 많다. 기간제 계약직이라 현장 중심의 전문교육과 훈련도 미흡하다.
내년 2월부터는 올해 1월 제정 공포한 ‘산림재난방지법’이 시행된다. 산림재난방지법은 산불, 산사태, 산림 병해충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제정했다. 산림재난대응단도 운영된다. 산불감시원, 산사태 방지단, 산림 병해충 예찰방제단을 하나의 ‘산림재난대응단’으로 통합해야 한다. 기간제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 공무직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직업의 안정성과 전문화가 급선무다. 산림재난에 잘 대응하려면 인원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산림재난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추진전략과 세부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