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집값 상승, 단기 대응 말고 근본적 대책 내놔라’ 주문
이달 초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집값은 날로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6월 셋째 주(16일 기준) 기준 전주보다 0.36% 상승해 문재인 정부였던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기에 진보정권이 집권함에 따른 집값 상승에 대한 학습효과가 작동한 결과다. 여기에 공급부족에 대한 불안감도 있다. 직방에 따르면 전국 하반기 10만 323가구가 입주 예정이라 올 상반기(14만 537가구) 대비 29% 적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단기 수요 억제 정책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신중한 모습이다. 이춘석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올랐는데 (현재의 상승은) 일시적이지 않다. 주거권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면서도 “부동산 가격 잡겠다고 신도시 만드는 등의 대책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일시적 대책보다 시간 여유를 갖고 근본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 정책은 크게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세금·대출 등으로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으로 나뉜다. 이재명 정부에선 문재인 정부 때처럼 세금 부과를 강화하는 방식의 수요 대책이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 정부에선 종합 대책보다는 단기 대책을 쪼개서 내놓다 보니 풍선효과 등으로 부작용이 계속해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그로 인해 공급 대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으나 수요가 많지 않은 곳에 신도시를 추가 건설하는 정책은 그만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만큼 도심 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 4기 신도시를 언급한 적이 있으나 정작 공약집에선 관련 내용이 빠졌다.
|
◇ ‘정비사업 속도전’ 전망…재건축 촉진 특례법 탄력
작년 8.8 주택공급 대책 때 등장한 재개발·재건축 촉진 특례법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다른 국토부 관계자는 “시장 안정의 기본은 공급이다. 꾸준히 충분할 만큼 공급이 흘러야 한다”며 “국회가 가동되면 재개발·재건축 촉진 특례법이 신속 처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촉진 특례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노후계획 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등 세 가지 법안에 대한 특례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고 용적률 등의 상향을 통해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안이 담겨 있다.
당시 정부는 이를 통해 통상 15년 걸리는 재개발·재건축 기간을 3년 정도 단축하고, 6년간 17만 6000가구가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작년 서울 정비사업 관련 구역 지정부터 완공 단계에 이른 것까지 모두 합쳤을 때 37만가구로 추산됐는데 지금은 40만 가구로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비사업이 속도를 낸다면 서울 도심권 내 공급이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다.
이는 이 대통령이 재건축 용적률·건폐율을 상향하고 주택 공급 신속인허가제를 도입한다는 공약과도 일맥상통한다.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한 만큼 정비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임대주택 등 공공기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주택 공급대책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그때까지는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23일 11개 부처의 장관을 지명했으나 국토부 장관 지명은 늦어지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공급 부족 우려, 전월세 가격 상승, 금리 인하 기대, 7월 대출 규제 강화 전 막차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서울 중심의 아파트 오름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로 인해 대출 억제 등 수요 대책이 미시적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외에도 일부 시중은행들은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타 은행에서의 갈아타기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함 랩장은 “DSR규제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을 DSR에 포함한다든지 다주택자 또는 15억원 초과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등도 나올 수 있다”며 “특히 4분기쯤이면 은행 등이 정부에 제시한 가계대출 연간 총량한도를 도달하면서 대출 축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