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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명령에 '미국의 목소리' 83년만에 꺼졌다

정다슬 기자I 2025.03.17 19:40:59

자유아시아방송(RFA)도 경영중지 위기
中은 대환영…"거짓말 공장, 버려져"

미국의 소리(VOA) 기자인 스티븐 허먼이 VOA의 방송 중단을 알리는 엑스 게시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언론이 통제된 권위주의 국가에 국제소식을 전달해오던 미국 관영매체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가 문을 닫을 위지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VOA와 RFA를 감독하는 연방기관인 미국글로벌미디어기구(USGM)을 해체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후, 몇 시간 후 VOA 본부 직원 1300여명 대부분이 유급 휴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은 이메일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접근이 차단되었다.

이후 백악관은 16일 성명에서 VOA가 급진적 프로파간다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어브래머위츠 VOA 총국장은 페이스북에 “VOA가 83년 만에 처음으로 침묵 당해 매우 슬프다”고 썼다. VOA 한국어 홈페이지에는 ‘방송국 사정으로 현재 방송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공지가 뜬 상태다.

VOA는 1942년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VOA는 이후 수십개 언어로 보도하며 전 세계 수억명 청취자에게 미국의 입장을 전달해왔다. 특히 중국, 이란 등 외부 뉴스 접근이 제한된 국가에서 서방국가의 시각을 보여주는 주요 역할을 해왔다.

VOA는 주로 워싱턴에서 콘텐츠를 제작한 후 전 세계 방송 파트너 네트워크를 통해 송출하는 방식으로 운영됐으나 대다수 직원들이 업무에서 배제되면서, 아시아, 중동 등 일부 지역에서는 VOA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거나 음악만 송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RFA 역시 연방정부로부터 받던 보조금이 끊기며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RFA는 자사 홈페이지에 “RFA 보조금의 종료는 정보 공간에서 자신의 영향력이 통제되지 않는 것을 바라는 중국 공산당을 포함한 독재자와 폭군에게 주는 보상”이라며 법적 조치를 시사했다.

RFA는 1996년 처음 중국어 방송을 시작한 이래, 광둥어, 위구르어, 티베트어, 한국어, 크메르어, 베트남어, 버마어, 라오어 등 총 9개 언어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를 통해 북한이나 신장위구르 지역 등 고립되거나 강력하게 통제된 지역에 소식을 전해왔다.

데이비드 Z. 세이드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는 사실상 VOA 운영을 중단시켰다”며 VOA 기자 복직을 위한 법적 대응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외교서비스 협회 역시 VOA 직원들을 위한 변호에 나설 전망이다.

NYT는 “VOA 콘텐츠를 받아 방송을 내보내던 라디오·TV·디지털매체들 중 일부는 러시아·중국 국영 매체의 콘텐츠를 함께 송출하면서, 이제 미국이 이들 국가의 선전할 대응할 수단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VOA와 RFA의 중단에 가장 반색하는 것은 중국이다. 중국 관영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거짓말 공장으로 알려진 VOA가 운영을 중단한 이유’라는 사설을 통해 “이른바 자유의 등불인 VOA는 이제 자국 정부에 의해 더러운 누더기처럼 버려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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