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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엔무브, ‘중복 상장’ 논란에 4수 실패…대기업 잇단 경고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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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5.06.25 17:07:23

2013년부터 4회 추진 IPO ‘고배’
‘코리아 디스카운트’ 칼빼든 정부
LG·두산 이어 LS 등 비판 잇따라
정부 시장 과도 개입 경계 지적도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SK엔무브의 네 번째 기업공개(IPO) 시도가 ‘중복 상장’ 논란으로 좌초되면서 다른 대기업들의 상장 계획에 관심이 쏠린다. 증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주요 정책으로 내건 이재명 정부가 ‘쪼개기 상장’ 관련 규제를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IPO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윤활유 자회사인 SK엔무브 상장 계획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한국거래소가 SK엔무브 모회사의 주주 보호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하자 내부적으로 당분간 상장 추진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SK 울산컴플렉스(CLX)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李 대통령 규제 시사에 기업들 ‘긴장’

SK엔무브는 2013년 첫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뒤 2015년, 2018년에 이어 이번까지 총 네 차례 IPO를 시도했지만 매번 고배를 마셨다. SK엔무브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사업 영역이 겹치는 핵심 자회사인 만큼 중복 상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중복 상장은 모기업과 주력 자회사가 함께 상장하는 형태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는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대기업들은 자회사 상장으로 지배주주의 지배력 변화 없이 외부 자본을 조달해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중복 상장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시장에선 모·자회사 동시 상장에 따른 이익 더블 카운팅(중복계산) 문제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IBK투자증권이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시장의 중복 상장 비율은 약 18%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중국(1.98%)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상법 등 현행법에는 중복 상장에 대한 규정이 뚜렷하지 않으나 이재명 정부 들어서면서 기류가 달라졌다. 기업 분할을 통한 중복 상장을 강력하게 비판해 온 이 대통령은 증시 밸류업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중복 상장 규제를 명문화할 것을 시사했다.

LS, 계열사 IPO 추진 제동 걸리나

이에 재계에서는 SK 외에 다른 대기업들도 IPO 계획 전면 수정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S는 에식스솔루션즈,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LS이링크 등 계열사의 증시 상장을 고려 중이나 계열사 중복 상장으로 모회사인 ㈜LS 기업 가치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휩싸인 상태다.

중복 상장 논란이 커지자 명노현 ㈜LS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LS 계열사 상장은 현재 논란이 되는 핵심 또는 주력 산업을 분할해 상장함으로써 모기업 가치를 쪼개거나 희석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케이스(사례)임을 이해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여전하다.

LG는 올해 2월 LG CNS의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때 중복 상장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LG화학(051910)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사례도 있다. LG화학은 2022년 이차전지(배터리) 사업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물적 분할 후 상장했다. 알짜 사업 분리 후 LG화학은 주력 사업이던 석유화학 업황마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주가가 수직하락하는 추세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는 올해 2월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를 체코 증시에 상장해 중복 상장 지적이 나왔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유럽 원전 시장 내 경쟁력을 보유한 두산그룹 내 알짜 회사로 상장에 따라 국내 모기업인 두산에너빌리티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두산은 2023년 유망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454910) 상장 당시에도 모회사 주가가 하락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다만 밸류업 명분으로 정부가 자본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투자·구조조정 등 기업의 경영권 자유를 옥죄고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명예교수는 “규제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기는 제한적”이라며 “결국 기업 본연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높이는 것이 주가 상승의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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