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초과학기술 신문명시대, 눈 깜빡할 새 페이지가 넘어가는 AI 무한경쟁 시대가 열렸다”며 새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 중 하나가 AI 강국 도약임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부가 나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고 지원하며 투자하겠다”며 “AI, 반도체 등 첨단 기술 산업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지원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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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는 또 대통령실에 AI 정책수석을 신설하고 최고국가인공지능책임자(CAIO)도 임명할 계획이다. AI 정책수석은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AI 산업 관련 규제, 진흥 기능을 조율해 일관성 있는 AI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하는 AI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AI 정책수석 하마평에는 임문영 민주당 디지털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이 오르고 있다.
이 같은 거버넌스 변화는 민간의 역량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소신이 반영된 것 결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선 후보로서 소셜벤처스타트업과 만난자리에서 “대통령이든 도지사든 행정 책임자의 인식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 민간 역량이 공공 역량보다 훨씬 뛰어난 시대로 행정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민간을 통해 일신하면 효율화되고 비용도 줄어들 수 있다”며 “이를 위해 AI 전담 수석 비서관을 둘 생각이고 국가 AI 위원회도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 AI 역량 강화를 위해 과기정통부 개편을 포함해 부총리급 AI부처 신설 논의도 시작됐다. 이미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과방위원장)은 지난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부처명을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로 변경하고, 장관이 부총리를 겸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AI 전담부처의 장관이 부총리를 겸하게 될 경우, 기획재정부, 교육부에 이어 세 번째 부총리급 부처가 된다. 법안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인공지능부가 AI 등 첨단 과학기술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방송 관련 업무는 방송통신위원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AI 정책 거버넌스가 정립되면 이 대통령이 후보시절 제시한 ‘AI 투자 100조원 투자 시대’ 청사진도 빠르게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AI 공략으로 민관이 공동으로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AI 대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개 이상 확보, 신경망처리장치(NPU) 국산화, AI 반도체 기술 투자 등 ‘세계 최강 AI 인프라 확보’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또, 국가대표 AI 기업 육성, 해외인재 유치를 위한 파격 인센티브제도 마련, 전 국민 AI 접근권을 높이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등도 추진한다.
새 정부가 구상한 AI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AI 주무부처의 역할 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4차산업혁명위원회부터 대통령 직속으로 많은 위원회 기구가 운영됐지만, 실행력 측면에서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엔 한계가 컸다”며 “위원회가 주요 AI 아젠다를 제시하는 등의 정책 플랫폼 역할을 한다면, 실제 AI 정책 추진은 전담 부처에 맡기고 예산 기능과 규제 개혁 기능까지 함께 부여해 실행력을 갖출 수 있도록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