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2900포인트를 돌파한 상황에서, 증시가 신정부 허니문 효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오르면서 ‘원화 강세’를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11일 엠피닥터에 따르면 이날 정규장에서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64.3원)보다 10.75원 오른 1375.05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런던에서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이 커지자,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환율도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날 상승하긴 했지만 6월 들어 환율은 하락세가 뚜렷한 모습이다. 5월 말 1380원 수준이었던 환율은 6월 들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새로운 행정부에 대한 기대로 인해 연일 하락했다. 지난 3일 대선 이후 환율은 3일간 16.7원이나 하락했다. 지난 9일에는 1356.4원으로 마감하며 약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환율 하락을 이끌었던 건 달러 약세와 국내증시 상승이 큰 영향을 줬다.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있던 상황에 국내증시 호조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원화가 강세를 나타낸 것이다.
대선 이후 현재까지 코스피는 7% 이상 상승해, 3년 5개월 만에 2900선을 돌파했다. 이 기간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4조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신규 자본 유입이 역외 커스터디(수탁) 매도를 불러일으키며 원화의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시 호조는 이재명 대통령의 증시 활성화 공약과 맞닿아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전 ‘오천피’(코스피 5000 포인트)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또 그는 후보 시절 △상법 개정안 재추진 △0.8배 미만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 대책 △시세 조종 근절 △상장시장 구조 개선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를 찾은 이 대통령은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 것”이라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개선책을 적극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
국내외 시장 참여자들은 증시 훈풍이 일시적이 아닌 ‘추세적인 흐름’일 것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KB증권은 이날 코스피 전망치 상단으로 3240을 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확대’로 올리면서 “한국은 국내 정치 및 정책 모멘텀이 세계 경기 둔화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며 코스피 목표치를 2900에서 31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증시 상승세,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된다면 환율 하락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KB국민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달러, 위안 등 다른 변수들이 일정하다는 조건 하에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1조원 증가할 때, 환율은 약 1원(0.98원) 하락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3000포인트에 도달할 경우 외국인 주식 보유액은 약 40조원 증가하고, 이때 환율은 40원 가량 하락하게 된다. 현재 환율이 1360~1370원 수준인 만큼, 1320~1330원까지 떨어질 수 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코스피가 많이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이 계산은 외국인 주식 보유 비중이 32%일 때를 가정으로 했는데, 현재 수준이랑 같다. 달러 방향성이 환율에 더 중요하겠지만, 그 요인만 제외하면 환율은 더 내려갈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원 낮아지면 코스피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0.0079%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만약 환율이 1330원까지 낮아진다고 하면 외국인 지분율은 0.565%포인트 추가로 확대될 여력도 있다”고 밝혔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대로 증시가 계속 오르진 않겠지만 펀더멘털(기초 체력) 자체가 나쁘지 않아서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국내증시가 지금보다 더 많이 오른다면 환율 하단도 낮춰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