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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3배 웃돈 OPEC+ 증산 계획…유가 하락 가속화"

이소현 기자I 2025.04.04 16:16:17

OPEC+, 5월부터 증산에 나설 계획
증산 규모는 시장 예상치 약 3배 상회
"사우디, 증산으로 美의 이란 강경책 지원"
씨티그룹·JP모건 "유가 60달러까지 하락"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제 석유 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 속에 주요 산유국간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원유 생산량을 늘리기로 하면서 글로벌 수요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인근 페름기 분지에서 오일 펌프가 작동하고 있다.(사진=로이터)


OPEC+는 5월부터 증산에 나설 계획이다. 증산 규모는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OPEC+의 8대 주요 산유국은 이날 회의를 통해 5월부터 하루 총 산유량을 41만1000배럴 규모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14만배럴)를 약 3배 상회하는 수준으로 유가 하락에 일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시장은 이미 충격을 받은 가운데 OPEC+ 추가 증산 소식까지 겹치면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7.3% 하락해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근월물인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4.76달러(6.64%) 폭락한 배럴당 66.95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은 전장보다 4.81달러(6.42%) 무너진 배럴당 70.14달러에 마무리됐다.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라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앞서 OPEC+는 지난달 회의를 통해 일일 220만배럴의 감산을 점진적으로 해제하는 방식으로 증산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는 OPEC+가 유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기간 노력해온 것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우디 에너지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반복되는 초과 생산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이번 증산이 단순한 ‘전채 요리’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오늘 결정은 OPEC+ 지도부가 카자흐스탄, 이라크, 러시아에 대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며 “초과 생산을 계속할 경우 심각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실제 카자흐스탄은 셰브런과 협력해 텡기즈 유전 생산량을 확대하면서 OPEC+ 합의를 위반했고, 이라크 역시 최근 할당량을 맞춰가고 있지만 초과 생산을 보상하는 감산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OPEC+의 결정이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조치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OPEC+에 유가 인하를 압박해왔으며, 사우디가 이번 증산을 통해 미국의 대(對)이란 강경 정책을 지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90% 축소해 하루 10만 배럴 수준으로 억제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유라시아 그룹의 헤닝 글로이스타인은 “OPEC+의 증산은 미국의 이란 제재 강화로 인해 감소하는 원유 공급을 보완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앞서 압둘아지즈 왕자는 과거에도 OPEC+ 회원국의 비협조에 대해 강경 대응을 펼친 전례가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러시아와의 갈등이 불거지자 사우디는 하루 1100만 배럴 이상 생산하며 가격 전쟁을 유도했다. 결국 OPEC+는 대규모 감산에 합의했고, 유가는 빠르게 회복됐다.

시장에선 이번 증산으로 인해 유가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 수요 둔화와 미주 지역의 원유 공급 증가로 하루 60만 배럴의 초과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과 JP모건은 유가가 6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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