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북미대화 조건 제시한 김여정…"비핵화 논의는 상대 우롱”(종합)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인경 기자I 2025.07.29 14:03:28

조선중앙통신에 이틀 연속 담화문 발표하며 대외공세
북한 핵보유 ‘변화된 현실’ 강조하며 대화 문턱 제시
美 ''북한 비핵화'' 내세우고 있지만…韓 패싱 우려도
정부 "북미대화에 열려있다…한미 대북정책 공조 지속"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핵 보유’ 인정을 제시하며 북미 대화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우리 정부와 함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잡고 있지만, 북미간 대화 여건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조선중앙TV 캡처]
29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부부장은 ‘조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담화를 내고 “우리는 지난 조미대화에 대한 미국측의 일방적 평가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담화에서 비핵화를 위한 북한과 대화에 열린 입장이라는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을 거론하며 “지금 2025년은 2018년이나 2019년이 아니라는 데 대해서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한 바 있고, 이어 2019년 6월에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함께 판문점에서 회동한 바 있다.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조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부장은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보는 데서 전제로 되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함께 “강세한 핵억제력의 존재와 더불어 성립되고 전체 조선인민의 총의에 의하여 최고법으로 고착된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며 “핵을 보유한 두 국가가 대결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최소한의 판단력은 있어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그러한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출로를 모색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부부장의 발언은 북미 간 ‘비핵화’에 대한 협상은 없다는 그간의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다른 목적의 대화는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전날에 이어 연달아 나온 점이 눈길을 끌었다. 전날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론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립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는 내용을 담아 담화문을 낸 바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즉각적 관계 개선을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트럼프의 대화 의지와 이재명 정부의 화해 기조를 활용해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담화를 통해 드러난 대미 협상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완전한 비핵화 목표의 포기”라며 “이 전제조건을 양보하거나 타협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북미대화와 협상 재개 가능성은 쉽게 예단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은 서한이나 비공개 접촉보다는 공개적인 미국의 협상구도 변화 의지를 대화 진입의 ‘문턱’으로 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의 획기적인 ‘전환’ 결정이 아니라면 협상 구도가 만들어지긴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 백악관은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 이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대화는 여전히 열려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다만 김 부부장이 언급한 대로 북미 정상간 사이가 나쁘지 않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김 위원장을 ‘뉴클리어파워’라고 언급한 점 등을 감안하면 핵 군축을 목표로 한 대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순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하고 즉흥적인 성향과 맞물려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김 부부장이 전날 한국에 대해선 “마주 앉을 일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만큼, 북미가 대화한다면 한국 소외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우리 정부도 이날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및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면서 “향후 북미대화를 포함, 대북정책 전반에 관해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역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미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입장은 한미 양국이 공히 일관적으로 유지해 왔다”고 부연했다.
2019년 당시 비무장지대(DMZ)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사진=AFP)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