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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관세를 두고 “2주 후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관세는 미국이 내달 1일로 예고한 25% 상호관세와는 다른 것이다. K반도체가 자칫 고율의 관세를 한꺼번에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로 대만으로 수출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에 곧바로 관세를 매기는 것은 통관 절차상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내 메모리 생산공장 건설을 압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미국에 메모리 공장을 두고 있지 않다.
완성차업계의 위기감은 더 크다. 일본(12.5%), EU(15.0%) 등의 수준까지 낮추지 못하면 경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현대차·기아의 대미 관세율에 따른 합산 연간 손실액은 25%일 때 6조9000억원, 12.5%일 때 3조4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소한 12.5% 혹은 그 이하로 낮춰야 미국 시장에서 일본·유럽 제품과 경쟁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당장 상호관세 시한에 맞춰 가능한 모든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미국산 무기 구매 등 관세·비관세뿐만 아니라 안보 등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통해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워싱턴으로 출국, 31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의 면담 등 현지에서 통상 협상에 총력 대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