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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팀 아메리카' 마이크론 약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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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25.06.12 15:17:11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결국 올 게 왔네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6세대인 HBM4 샘플 출하에 나서자, 업계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왔다. 현재 주류인 5세대 HBM3E만 해도 SK하이닉스가 한참 앞서고 있지만, 갈수록 그 격차가 좁혀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국이 메모리, 특히 HBM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니다.

마이크론이 약진하고 있는 배경에는 엔비디아가 있다. 마이크론은 HBM3E 8단과 12단 제품 모두 엔비디아에 납품하고 있는데,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가면서 D램 점유율이 25.0%(올해 1분기 기준)로 확 뛰었다. HBM4 역시 출하 고객사는 엔비디아로 보인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군사·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팀 아메리카’로 미국 기업들이 뭉치고 있다”고 했다. 당장 내년 이후 HBM4 시대 때는 이런 흐름이 더 짙어질 게 뻔하다. 이는 곧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악화 가능성을 뜻한다. 중국의 기술 굴기가 K메모리의 ‘잠재적인 위협’이라면, 팀 아메리카 전략은 ‘실존적인 위협’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의 압박은 공통점이 있다. 정부가 파격적으로 기업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기업 보조금 규모는 390억달러(약 53조원)에 달한다. 중국의 지원은 정확한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다.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WTO 체제’가 저물고 주요국들이 앞장서는 각자도생의 시대가 열렸다는 방증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첨단전략산업 파격 지원은 ‘국익’을 좌우할 수 있는 문제다.

보통 국민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본지 의뢰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반도체 등에 대한 직접 보조금을 주요국에 준하는 수준으로 줘야 한다는 응답이 42.68%에 달했다. 주요국보다는 적더라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답변(52.84%)까지 더하면, 대다수 국민들이 미래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정부는 나홀로 뛰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더는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래픽=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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