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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최선의 선택" 해명에도…‘주주 주머니 털어 승계’ 성토 쏟아졌다

김성진 기자I 2025.03.25 16:20:44

정기주총…"유증 철회해야" 비판
4년간 3~4조 잉여현금 창출 전망
오너기업에 주주 자금 흘러간 꼴
'상법개정안' 빌미 줬다는 우려도
전문가 “납득 가능토록 해명해야”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에비타(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1조원 가까이 되는 회사에서 2~3년만 버티면 충분히 자금을 회수할 것 같은데, 유상증자는 주주들의 돈을 빼앗는 행위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아쉽다.”

25일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 김모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일 밝힌 역대 최대 규모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이같이 비판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계획 같은데, 왜 굳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날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왜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의문 부호가 여전히 붙고 있다. 지난 24일 반등했던 주가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 대비 3.11% 하락한 65만4000원에 마감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론스페이스 대표가 25일 경기 성남시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증권가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앞으로 연간 수조원 규모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삼성증권은 2026년 3조3920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고, LS증권은 무려 4조7130억원까지 예상했다. 올해를 포함해 3년간 10조원이 넘는 현금을 만들어낼 것으로 본 것이다. 예상대로 실적이 나온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표한 유상증자 규모 3조6000억원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자본적 지출(CAPEX) 등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FCF)으로도 대응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4년간 3~4조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면 유상증자는 불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진국에서 경쟁하는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투자가 절실하다”며 이번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집행하려면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방산업은 제품 판매 후 유지보수 기간 등을 포함해 약 30년의 장기 사이클로 움직이는데, 이 때문에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수주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쓴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한화오션 지분을 살 돈으로 투자를 했다면 이같은 대규모 유증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화오션 지분을 사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 승계 작업에 결국 주주들 자금이 활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한화에너지 등이 보유하고 있던 한화오션 주식을 1주당 5만8100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한화에너지가 2022년 한화오션 주식을 1주당 약 2만1000원에 매입한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의 차익을 낸 셈이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김승연 회장의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기업으로, 최근 IPO 작업에 착수하며 승계 핵심 회사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패밀리 일가가 지배하는 비상장 계열사로부터 한화오션 지분을 사오는데 1조3000억원을 지출한 지 일주일 만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모양새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야당이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증은 주가 하락을 유발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어떤 배경에 의해서 유증을 하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었는지 더욱 소통을 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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