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남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정기 주총 현장을 찾은 주주 김모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0일 밝힌 역대 최대 규모 3조6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에 이같이 비판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계획 같은데, 왜 굳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냐는 게 비판의 요지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이날 “유상증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왜 꼭 그래야만 했을까”라는 의문 부호가 여전히 붙고 있다. 지난 24일 반등했던 주가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전날 대비 3.11% 하락한 65만4000원에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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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선진국에서 경쟁하는 방산업체들의 견제를 뛰어넘기 위해 현지 대규모 신속투자가 절실하다”며 이번 유상증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해외 입찰을 위해 부채비율을 관리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단기간에 집행하려면 유상증자가 최적의 방안”이라고 해명했다. 방산업은 제품 판매 후 유지보수 기간 등을 포함해 약 30년의 장기 사이클로 움직이는데, 이 때문에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가 탄탄해야 수주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지분 매입에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쓴 것도 문제 삼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한화오션 지분을 살 돈으로 투자를 했다면 이같은 대규모 유증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한화오션 지분을 사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야당이 추진 중인 상법개정안에 힘을 실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소액주주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반적으로 유증은 주가 하락을 유발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어떤 배경에 의해서 유증을 하고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최후의 선택이었는지 더욱 소통을 하고 납득할 수 있도록 해명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