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물류비 인상 가능성…유탄맞은 산업계
23일 외신,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에 미국까지 직접 개입하면서,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국회 의결 이후 최고국가안보회의를 거쳐 최종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의 20%를 차지하는 물류 요충지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1.9%를 중동 지역에서 한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 상승에 더해 운임비용 증가, 운송 지연 등 직접적인 충격을 받는 구조인 셈이다. JP모건,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들은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벌어지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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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이 전면 봉쇄되면 우회 항로 확보도 마땅치 않다. 제품의 부피가 커서 항공 운송마저 어렵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물류비에 당장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물류비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대응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중동 전쟁은 환율까지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책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비 상승은 기업 실적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물류비로 각각 2조9602억원, 3조1109억원을 지출했다. 전년 대비 각각 71.9%, 16.7%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1분기 물류비로 삼성전자는 6407억원, LG전자는 7845억원을 각각 썼다. 판매비·관리비에서 물류비가 3~4%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물류비 상승에 따른 비용 지출은 기업 수익성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단순히 유가 상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봉쇄가 현실화하면 국내 기업들의 물류비가 3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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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완성차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중동은 미국발 고율 관세 부과 이후 한국 완성차 업계가 신흥 시장으로 낙점한 지역이다. 지난해 대(對)중동 자동차 수출액은 46억달러로, 지난 2022년(38억달러) 대비 21.05% 증가하면서 점차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중동 최대 자동차 소비국인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생산공장에 투자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었다. 사우디는 지난해 중동 전체 자동차 판매량 249만대 중 34%인 84만대가 판매된 곳이다. 현대차(005380)는 토요타(28.0%)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15.6%)를 달리고 있다. 기아(000270)(7.6%)의 점유율까지 합하면 1위를 맹추격하고 있다. 현대차의 사우디 판매량은 2021년 9만6023대에서 지난해 13만5878대로 급증했다. 올해 목표는 14만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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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미국 수출에 관세 장벽이 생기면서 한국차 선호가 높은 중동 지역 비중을 늘리는 중이었는데, 수출길이 막히면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선사 기업인 현대글로비스 측은 “갑작스러운 중동 상황이 당황스럽다.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기업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