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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 침체에 공급망 불안까지..위기의 석화·철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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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나 기자I 2025.06.23 17:38:23

호르무즈해협 봉쇄시 유가 상승..해운업 비용↑
수요 위축으로 정유·석유화학 수익성 악화 우려
철강·이차전지, 물류비 증가·환율 변동성 '이중고'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발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당장 유류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는 해운업계를 비롯해 최근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정유·석유화학·철강·이차전지업계 역시 공급망 불안과 물류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이란 국영 프레스TV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미국 공습에 대한 보복 조치로 전날 호르무즈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루 평균 20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5%를 차지하며, 중동산 원유의 99%가 이곳을 거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과 직결돼 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말 이란이 석유 수출 체제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위협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은 바 있다.

유가 급등은 해운업계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박 운영비 중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의 10~25%에 달한다. 기름값이 오르면 그만큼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HMM은 지난해 선박 연료비로만 1조4421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원가(7조8086억 원)의 18.5%에 해당한다.

달러로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는 물론, 석유화학업체들도 원재료 가격 상승 및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한 제품 수요 둔화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 증가에 따른 유가 상승은 정제 마진 개선과 판매량 증가가 함께 이뤄지면서 정유업계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지금처럼 유가만 급등하면 오히려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선박 운항을 지연시키면서 해상 운임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는 물류비 증가로 이어져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 최근 해상 운임은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지수(SCFI)는 이달 초 2200선을 돌파했으며,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DI) 역시 1975포인트(p)까지 상승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란과 이스라엘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확전될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인해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하고, 완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철강·이차전지 업계는 환율 상승과 물류비 부담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유가 상승은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지금처럼 내수와 수출시장 이 모두 위축된 상황에서는 그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환율 변동성에 이어 공급망 리스크까지 더해져 기업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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