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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정책금융은 매년 수조 원 수준으로 공급해왔으나 올해는 기존 여신 중심 체계의 한계 등으로 3조 24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정부는 이를 20% 이상 확대해 연간 4조원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K-방산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폴란드 등 중동·유럽 시장에서 대규모 수출 성과를 거두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국이 조 단위 규모의 금융 패키지를 앞세워 수출 계약을 유치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정책금융은 한도와 금리 측면에서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이런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애초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계한 ‘첨단전략산업기금’을 방산 분야에도 활용할 방침이다. 이 기금은 기존 여신 중심의 정책금융을 넘어 구매국에 대한 금융지원과 국내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까지 폭넓게 지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이 개별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웠던 방산 MRO(유지·보수·정비) 시설 신설, 대규모 R&D(연구개발) 투자 등에도 참여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방산업체와 공동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민관합작 방식으로 설비투자에 나서는 방안도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기금 운용과정에서 산업부 등 사업부처와 함께 ‘정책금융지원협의회’를 운영, 현장 수요를 실시간 반영하는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재명 정부는 ‘첨단전략산업기금’ 도입을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연간 정책금융 공급을 상시 4조원 이상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전망이다. 이를 통해 방산기업의 해외 수주력과 장기 R&D 역량을 동시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정부가 직접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 산은 등이 정부 보증하에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국회에는 10조원 규모의 정부보증 동의안이 이미 제출한 상태다. 국정기획위에서 논의가 마무리되는 8~9월 전후로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11~12월 중 시행령 개정을 거쳐 기금 운용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또 이 기금의 법적 근거가 될 산은법 개정안도 이르면 8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여야 간 정치적 이견이 크지 않은 사안이라는 점에서 빠른 입법을 기대하고 있다. 여야 모두 글로벌 군사수요 확대 국면에서 K-방산이 수출 드라이브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국정기획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도 해당 기금에 대한 별다른 이견 없이 속도감 있는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연간 4조원도 글로벌 경쟁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며 정책금융 공급 목표를 중장기적으로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구매자 금융이 수출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에서 기금 집행 속도와 액수가 모두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