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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패션업계 암울한데…해외 SPA는 '훨훨'

김정유 기자I 2025.05.14 14:21:40

3월 기준 국내 패션 매출 2.1% 감소
삼성패션·한섬·F&F 등 1분기 실적 부진
유니클로·자라 등 해외 SPA는 호황
지방 매장 오픈·개편 등 시장 확대 속도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패션업계의 불황이 길어지고 있다. 올 1분기에도 주요 패션업체들의 실적이 일제히 부진할 전망이다. 내수 침체에 이상 기후까지 겹치면서 반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가성비를 내세운 해외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들은 호실적을 기반으로 올해 국내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전개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12일 출시한 ‘디 애퍼처’ 2020년 여름 컬렉션. (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1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패션·잡화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1% 감소했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매출 감소폭이 4.8%로 더 컸다. 오프라인에서 가전·문화(-20.2%)를 제외하면 두 번째로 매출 감소폭이 큰 카테고리다. 이 같은 패션 분야 매출 감소 영향은 국내 업체들의 1분기 실적과도 연결된다.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은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감소했다. 매출액은 504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5%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37.0% 감소한 3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10.4%였던 영업이익률은 같은 해 4분기 8.0%, 올 1분기엔 6.8%까지 떨어졌다.

안상욱 삼성물산 패션경영지원담당 상무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 1분기에는 이상 기온 현상과 함께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수익성이 약화됐다”며 “내수 수요도 좋지 않아 지난해보다 할인 판매가 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한섬(020000)의 1분기 성적표도 좋지 않다. 1분기 매출은 380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8억원으로 32.9% 줄었다. F&F(383220) 역시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5056억원, 123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0.3%, 5.1% 감소했다. 코오롱인더(120110)스트리 FnC 부문은 적자전환까지 했다. 이 회사의 1분기 영업손실은 7억원이다. 매출액도 4.1% 감소한 2629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도 매출(3041억원), 영업이익(47억원)이 각각 1.7%, 58.3% 급감했다.

패션업계의 업황 부진은 지난해부터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고물가 장기화로 국내 소비 위축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프리미엄 중심의 국내 패션 브랜드 대신 가성비를 앞세운 SPA 브랜드 등으로 수요가 몰리는 모습이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는 이상고온으로 지난해 말부터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는 물론, 올초까지도 봄 의류 판매가 신통치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쌓이는 재고 처리를 위해 패션업체들이 할인 판매를 늘리게 되고,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해외 SPA 브랜드들은 올 들어 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를 운영 중인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회계연도(2023년 9월~지난해 8월) 기준 매출 1조 602억원을 기록, 전년대비 15.0%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5.4% 늘어난 1489억원을 기록했다. ‘노재팬 운동’이 거셌던 2019년 이후 6년 만에 ‘1조 클럽’에 재입성한 유니클로는 올해 국내 매장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1일 오픈한 ‘유니클로 동성로점’ 매장 외관. (사진=유니클로)
유니클로는 지난달 신세계 시흥점에 이어 제주 도남점, 서귀포점을 오픈했다. 지난 1일엔 대구 지역 최대 규모인 동성로점도 열었다. 지방을 중심으로 점포를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콘셉트인 ‘포로토타입 매장’(교외 특화 매장)을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방식의 변화도 꾀하고 있다.

스페인에 본사를 둔 SPA 브랜드 ‘자라’도 국내 매장 개편 작업에 한창이다. 국내에서 자라를 운영하는 자라리테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4597억원으로 전년대비 3.5% 늘었다. 자라 역시 최근 명동눈스퀘어점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카페’를 오픈하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노원점 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부터는 패션 수요가 일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최근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사업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업계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진 모습”이라며 “국내에선 가성비 SPA 브랜드가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업계도 결국 신사업과 글로벌 등 다각화에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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