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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요구불예금은 한 달 새 10조원 안팎으로 증감이 있지만 한 달 새 20조원이 이탈한 것은 금리 인하 분위기 속에 투자자들이 투자처를 다른 곳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빠져나간 돈은 가상자산, 금, 국내외 주식으로 이동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 거래소 이용자의 원화예치금은 10조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해 6월 말 5조원에서 반년 만에 114%나 증가했다.
금값도 그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4월 21일에는 국제 금과 국내 금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는 차익 실현 매물 출회가 이어지며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주식, 특히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도 여전하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가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금리를 좇는 ‘금리 노마드 족’에겐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예·적금의 매력이 크게 반감하면서 요구불예금의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주요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줄줄이 하락세다. 주요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가 연 1%대까지 내려왔다. 하나은행은 ‘하나의정기예금’ 등 일부 상품의 기본금리를 최대 0.30%포인트 내렸고 우리은행도 ‘우리 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금리를 0.20%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하나은행·국민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7개 상품이 연 1.40~1.80%의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예금에 돈을 묶어둘 유인이 줄어들자 은행에서 증시로, 코인시장으로 머니무브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처럼 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되며 위험자산 선호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분기 결산 시점인 3월에는 기업이 결산을 위해 자금을 일시적으로 요구불예금에 예치하곤 해 계절적 요인으로 증가한다”며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최근 자금흐름을 보면 은행 외 다른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