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도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대만 보험사의 환헤지 비중이 확대된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의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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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약 반년 간 1400원대에서 움직였던 환율은 5월을 기점으로 1300원대로 내려갔다. 이때 환율 하락의 큰 동력이 된 게 대만 보험사의 환헤지 물량이다.
5월 초 대만과 미국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통화 절상 논의에 대한 소문과 함께 달러 대비 대만통화 환율이 2거래일 만에 6% 급등했다. 또 대만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자산에 대한 환헤지 비중을 낮춰뒀던 대만 보험사들이 급하게 환헤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프록시(대리) 통화로 분류되는 원화까지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에 지난달 5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환율은 1400원선에서 1370원대로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대만 보험사 환헤지로 인한 환율 하락은 6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2일 환율은 16.35원 급락 마감했다. 이때 외환시장 딜러들은 대만 보험사의 환헤지 물량이 환율을 크게 밀었다고 분석했다.
6월 장중에도 환헤지 물량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보통 오후 3시반 정규장 마감 이후 환헤지 물량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차익실현을 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마감 이후 환율 변동성도 큰 모습이다.
동조성 높은 ‘원화-대만달러’
대만 보험사는 왜 원화를 이용해 환헤지를 하는 걸까. 대만 달러는 아시아 신흥국 통화 중에서 한국 원화와의 동조성이 가장 강한 통화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원·달러 환율과 달러·대만달러 간의 상관계수는 0.87이다. 달러·위안 환율과는 0.79로, 위안화보다 원화와 동조성이 더 강하다. 계수가 1에 가까워질수록 강한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이는 한국과 대만의 경제구조가 수출 의존형, 반도체 주력 산업 등의 측면에서 서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달러가 약세가 되면서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빠르게 강세로 돌아선 통화 중에는 한국, 대만, 싱가로프, 호주 등이 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은 반도체 수출국이다 보니 환율에 민감해서 NDF 시장에서 의도적으로 환율을 맞추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만 보험사는 미국 국채 등 외화자산 투자에 있어서 환 리스크 관리를 위해 헤지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약세인 미 달러를 매도하고, 프록시 통화인 원화를 매수하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대만 보험사들의 외화자산 보유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5년 2월 기준 대만 보험사의 외화자산 보유액은 23조 2000억대만달러(7060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반면 현재 대만 보험사들의 외화자산 환헤지 비중은 60% 미만으로 설정돼 있어 역대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원화 헤지 비중은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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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달러가 약세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관세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이로 인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도 늦어질 수 있어서다.
하반기에도 달러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나타낸다면 대만의 환차손이 커질 수 있다. 현재 60% 미만으로 설정돼 있는 외화자산 환헤지 비중을 80% 수준으로 높일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원화 환헤지 물량도 많아지면서 환율은 더 하락할 여지가 생긴다.
현재 대만 보험사의 외화자산 환헤지 비율이 60%라고 가정했을 때, 금액은 약 4236억달러로 추정된다. 만약 비중을 80%까지 확대할 경우 환헤지 금액은 5648억달러로 증가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헤지 비중이 80%로 상승한다면 1412억달러의 추가 물량이 출회될 수 있다”며 “이 중 일부는 원화 매수로 이어지며 환율이 하락할 수 있다. 하반기에도 주요한 환율 수급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