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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면죄부라니"…故장제원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호소

방보경 기자I 2025.04.09 17:27:37

여성단체, 기자회견 열고 피해자 입장문 발표
''공소권 없음'' 사건 종결 우려 표명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용기낼 기회 사라질까 우려"
전문가들도 "성범죄 사건 예외 필요해" 지적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지어질 가능성이 큰 고(故) 장제원 전 의원 성범죄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력형 성범죄가 흐지부지되면 이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장 전 의원 사건의 피해자도 직접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낼 기회마저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장제원 전 의원 발인식 (사진=연합뉴스)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단체는 9일 서울경찰청 정문 앞에서 장 전 의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이윤슬(가명)씨의 입장문을 대독했다. 이 씨는 “가해자의 사망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권력형 성폭행 피해자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 사건이 이대로 수사종결될 경우,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낼 기회조차 사라질까 우려스럽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수사는 80% 진행이 됐고 가해자 또한 조사를 받았으니, 지금까지 이뤄진 수사를 바탕으로 성폭력 혐의에 대한 결과가 발표돼야 한다”며 “그래야 가해자가 사망하여 죄가 사라지는 일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장 전 의원이 사망한 후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데, ‘공소권 없음’으로 짧게 끝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이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게 하는 전례가 될 수 있다는 게 피해자의 호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가해자가 권력을 이용해 사건을 일으키고, 그 권력으로 사건을 은폐해 온 것에 대해 공권력은 부여받은 권력으로써 사건을 제대로 종결해야 한다”며 “이것은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피해자의 용기를 존중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의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역시 성범죄의 경우 형사사건 외에는 실체적인 판단을 받을 수 없는 만큼 경찰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선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사기 사건이 경우 피의자가 죽을 경우 상속인들에게 민사소송을 걸어 재산이라도 받아볼 수 있지만 성범죄 사건은 피의자가 죽으면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다”며 “수사가 거의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실질적인 판단을 받지 못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수사 결과를 밝히는 게 무죄 추정의 원칙을 벗어난다는 반론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성폭력이라는 범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우리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이를 지킴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성범죄 고소 사건의 경우, 피의자가 잃어버릴 권리보다 피해자가 입게 될 2차 피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도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는 만큼 이후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의 피해자 재심사 요청 제도(Victim’s Right to Review)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 사망 시에도 피해자의 요청이나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되면 수사를 계속하거나 사실관계를 정리해 사건을 종결하고 있다. 오 변호사는 “특정 경우에 수사를 지속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문만 만들면 된다. 제도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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