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D램 점유율 36%…HBM은 70% 압도적
D램 쌓은 HBM…"동반 성장 가능한 구조"
삼성, HBM4에 사활…"HBM4서 판 뒤집어야"
[이데일리 조민정 김소연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처음으로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큰 이정표를 남겼다. 1992년부터 ‘부동의 1위’였던 삼성전자를 34년 만에 추월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집중한 성과가 D램 시장 점유율 1위로 이어졌다. 2위로 밀려난 삼성전자는 선두를 탈환하기 위한 추격전에 나선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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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점유율 36%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005930)를 제치고 D램 점유율 1위를 달성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어 삼성전자가 34%, 마이크론이 25%로 뒤를 이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HBM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HBM은 D램을 건물처럼 위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량을 대폭 늘린 제품이다. HBM의 기본 재료가 되는 메모리 반도체가 D램인 셈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부터 AI 열풍에 올라타며 HBM 주도권을 확보한 것이 D램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HBM 공급 물량이 증가하면 D램 점유율도 증가해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HBM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으니 전체적인 범용 메모리에서도 고객사에게 좋은 인상을 줘 동반성장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BM시장의 경쟁 구도는 2분기에도 SK하이닉스의 선두 체제로 이어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HBM의 주요 적용처인 AI 서버를 ‘국경 없는’ 제품으로 정의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영향에서도 비껴 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적인 무역 충격으로 인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유일한 리스크라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진단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HBM 물량까지 올해 상반기에 고객사 협의를 마치며 완판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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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HBM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다시 1위를 탈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미국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하며 업계 주도권을 쥔 만큼 향후 6세대 HBM4에서 승부를 보겠단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3E의 엔비디아 품질(퀄) 테스트를 진행 중이나 아직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했고 최근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제품 샘플을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서울대 명예교수)은 “삼성전자가 HBM3E 제품에서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해도 단가가 낮아져 큰 이익은 챙기지 못할 것”이라며 “삼성이 1c(7세대) D램 기술을 적용한 HBM4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에 퀄 통과를 해서 판을 뒤집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