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상승에도 ‘월말 포지션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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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9원 내린 1433.4원에 개장했다. 지난 26일 새벽 2시 마감가(1432.0원) 기준으로는 1.4원 상승했다. 오전 장에서 1430원대를 등락하던 환율은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하락세를 탔다. 점심 이후에도 하락세는 이어져, 오후 2시 36분에는 1422.2원까지 내려왔다. 장중 14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간밤 미국과 중국 간 무역협상은 진전이 없지만, 주요 교역국 간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 업계가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하기 위해 이날 자동차부품 관세 일부를 2년간 완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관세 완화 기대감에 달러화는 소폭 강세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49분 기준 99.28을 기록하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로 중국의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0을 기록해 경기 수축 국면에 들어섰다. 하지만 중국인민은행(PBOC)은 이날 위안화를 0.02% 절상고시했다. 달러·위안 거래 기준환율은 전장 대비 0.0015위안(0.02%) 내려간 7.2014위안에 고시됐다. 이에 위안화는 강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26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42엔대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2차 관세 협상은 오는 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측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트럼프 행정부와 ‘윈윈’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6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000억원대를 팔고 있다.
위안화 강세를 제외하곤 대외적으로 환율 상승 요인이 산적한 상황에서 환율이 하락한 건 국내 수급 때문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업체의 월말 네고(달러 매도)는 크지 않다”며 “기업들이 월말이라 그간의 이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과 포지션 조정 물량으로 인해 환율이 크게 내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첫 성적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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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3월 상품무역 적자가 전월 대비 9.6% 증가한 1620억달러(약 231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불확실성 속에 기업들이 관세 발효 전에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수입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통한 무역적자 해소를 내세웠는데,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무역적자가 오히려 심해진 셈이다.
또 미 콘퍼런스보드(CB)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신뢰지수는 86.0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93.9보다 7.9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이날 저녁 9시 이후부터 1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해 4월 ADP 민간고용, 3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 등 미국의 굵직한 경제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다. 미국 1분기 GDP의 시장 컨센서스는전분기 대비 0.2%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 전반에 관세로 인한 악영향이 드러난다면 경기침체는 우려에서 가시화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경기침체가 가시화된다면 달러 자산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약해질 것이고, 달러를 매수하는 것에 시장은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미국 경제 지표가 쇼크로 나온다면 달러화는 더욱 약해질 것이고, 환율도 1420원대로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 성장률 컨센서스가 이미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살짝 플러스로 나올 수도 있지만, 그래봐야 0%대 성장이라 시장이 뜨겁게 반응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앞으로 나오는 경제 지표에 관세가 미치는 파장이 더 크게 반영될 것이라 달러는 더 내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