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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획안 초안을 작성했던 A 대리는 갑작스러운 워크숍 장소 변경에 수정안 작성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것을 B 국장에게 요구했다. 그러자 B 국장은 A 대리를 향해 “그럼 내가 쓸까? 뭐 개판이네 여기. 위아래도 없고 개판이야”,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냐?”, “만만해 내가? 왜? 국장이 O같아?”,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내가 얘기해줄게. 딴 팀으로 보내줄게”, “하지 말라고, 업무 배제시켜” 등 고성과 폭언을 쏟아냈다.
회의석상에는 A 대리와 B 국장 외에도 다른 팀원 2명도 있었다. B 국장의 발언에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낀 A 대리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내에 고충조사를 신청한 뒤 불안증세를 느껴 장기 휴가를 냈다.
재단은 자체 조사 끝에 B 국장의 행위가 일부분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결론짓고 6월 18일자로 ‘훈계’ 처분을 내렸다. 재단 규정상 훈계는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만 그 사유가 경미한 자에게 내려지는 조치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7월 15일 A 대리가 조사 과정 중 제출한 소명서에 대한 결과를 요청하자, 재단측은 그제야 A 대리가 6월 20일자로 ‘주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렸다. 본인에 대한 인사 조치 사실을 25일이 지나도록 통보받지 못한 것이다. 주의는 B 국장이 받은 훈계와 동일한 수준이다.
A 대리는 “재단 규정과 내규에도 피해자 보호 및 비밀유지에 대한 내용이 있음에도 재단은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피해자에게 가해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평성에 어긋난 징계조치가 이뤄졌다”며 “이번 사례가 정정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재단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가 불이익을 고려해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측은 이번 사건의 원인이 A 대리의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입장이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쌍방과실로 판단한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하면서 참고인들이 A 대리의 불손한 태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해당 조사 내용을 고문 노무사에게 자문받아 추가 조사를 진행해 A 대리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면서 “상급자에게 따지듯이 이야기한 부분들이 문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사 조치 통보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A 대리가 휴가 중인 상황에서 내려진 조치이기에 통보를 해주려고 했으나, 전화도 카카오톡도 모두 받지 않아 하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B 국장은 “처음 워크숍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할 때도 장소는 변경될 수 있다고 고지를 했었는데, 갑자기 회의석상에서 A 대리가 화를 냈다”라며 “회의가 끝난 후 A 대리와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며 언성을 높인 점에 대해 사과를 했고, 이후 점심식사도 함께 했는데 일이 이렇게 돼서 당황스럽다”고 밝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