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카드인 레돗페이(redot pay) 규제 여부에 대해 판단을 유보하면서 소비자 보호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형태의 지급결제수단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소한의 유권해석조차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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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이데일리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위의 레돗페이 규제 여부에 대해 질의한 결과 레돗페이 규제 여부 판단을 유보했다. 금융위는 “현재 레돗페이는 한국인 대상 실물카드 신규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본점 소재지인 홍콩거주자 대상 영업행위임을 명시했다.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소한의 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에 대해서도 규제 당국이 ‘아직 결정한 바 없다’고 밝힌 셈이다.
레돗페이 소비자 보호 계획에 대해서는 “국내 소비자와 금융시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하면 관련 법령에 근거해 관리감독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관리감독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스테이블 코인 기반 전자지급결제가 활발해지면서 소비자보호 규제 회색지대에 있는 ‘제2, 제3의 레돗페이’가 계속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법은 각 업권을 중심으로 사업자 요건과 사업 범위,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조치 등을 명시하고 있다. 카드사는 여신전문금융업법, 페이와 같은 선불업·전자지급결제대행업(PG)은 전금법에서 다루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산자산 이용자에 대해서는 가상자산법 1단계법이 규율한다. 기술혁신에 따른 새로운 전자지급결제수단이 생겨날 때마다 소비자보호 규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레돗페이가 국내에 상륙했고 CBDC(한은 발행 디지털화폐) 실거래테스트는 진행 중이다. 기존의 업권법 개정만으로 소비자보호, 리스크관리, 자금세탁방지 등의 필수적인 규제도 불가능하다”며 “일본 정부의 자금결제법안과 같은 총괄법안을 검토할 때다”고 말했다.
日자금결제법 모델 대안 떠올라
금융당국도 일본 자금결제법 개정안을 하나의 모델로 살펴보고 있다. 당국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스테이블 코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자지급결제 수단에 대한 총괄법이 필요할지, 현행 전금법을 어떻게 더 보완할지 논의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 범정부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금결제법 개정안은 디지털자산 교환업자에 대한 자산의 국내보유명령 도입, 국가 간 결제대행서비스에 대한 규제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스테이블코인 운용자산 종류(만기·잔존 3개월 이내 국채 및 예금)를 규정하고, 온라인 카지노나 출자금 사기 등 위법한 송금을 하면 규제한다. 자금이동업자가 파산할 때 은행 등 보증기관이 직접 반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인영 의원은 “기술만 앞서고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며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본격화된 만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통합 규율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전금법을 비롯해 외국환거래법 등 관련법령을 전반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 등 현재의 전자지급결제 시장 상황과 충돌하는 법령들을 종합해서 하나씩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며 “별도의 입법이 아니라도 전체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에서는 아직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와 사용 사례가 축적되지 않았고 누가 발행해서 어디에 쓸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담보자산과 유동성 관리, 소비자 보호 등 필수 규제만 담은 네거티브 규제방식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