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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4건의 성추행이 발생한 사실을 통역사를 통해 확인했다”며 “그러나 행정당국의 적절한 대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성추행은 (가사관리사와 이용 가정 간) 권력관계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문제는 가사관리사들의 고충처리 절차가 작동하지 않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쪼개기 근로계약’도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2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시범사업을 1년 연장했지만 두 시범사업 업체 중 휴브리스(서비스명 돌봄플러스)는 가사관리사 13명에 대해선 근로기간을 3개월(3명) 또는 6개월(10명)로 계약을 체결했다. 3개월 계약을 체결한 관리사 중 1명에겐 2개월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 교수는 “3개월 동안 일할 수 있지만 2개월 동안은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 노동자는 다른 시범사업 업체로 옮겨가는 것을 원했지만 이마저도 거부됐다”고 했다.
정부는 쪼개기 근로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자 기간을 2027년 7월 말까지 연장했기 때문에 다른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다”며 “다만 서비스업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비자발적 귀환’ 위기에 내몰린 점이 문제”라고 했다. 3개월 또는 6개월간 계약이 체결된 가사관리사들은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비자발적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가 인터뷰한 가사관리사들은 모두 ‘돌봄전문가(Caregiver)’ 자격증 소유자였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약 800시간의 전문교육을 이수했다.
이 교수는 “(시범사업) 업체가 노동 실태를 증언한 가사관리사 색출에 나섰고, 그중 10여명을 소집했다”며 “인터뷰 참여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저 정부는 저출생 극복 대책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서울시에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100명이 입국했으나 첫 임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고 입국 한 달 뒤 2명이 무단이탈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2월 시범사업 기간을 1년 연장했다. 김민석 고용부 차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6월 본사업 전환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시범사업을 윤 정부에서 임명된 시범사업 주무부처 차관이 본사업 전환에 부정적 뜻을 나타내며 본사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