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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서 시작된 기적, '기생충' '오겜' 이어 K컬처 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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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06.09 19:02:55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美 토니상 6관왕
인간 돕는 헬퍼 로봇들의 사랑 이야기
서울·제주가 배경…한국어 등장도
개발 단계부터 영어 대본 동시 준비
"대한민국 '문화강국' 가능성 입증
안정적 창작 시스템 지원 절실"

[이데일리 장병호 김현식 기자] 대학로 소극장에서 출발한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공연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6개 부문을 휩쓰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그룹 방탄소년단(BTS), 칸영화제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에미상을 차지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이은 K컬처의 또 한 번의 쾌거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국내외 수상 기록. (디자인=김정훈 기자)
‘어쩌면 해피엔딩’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 △연출상(마이클 아든) △남우주연상(대런 크리스) △음악상(박천휴·윌 애런슨) △극본상(박천휴·윌 애런슨) △무대 디자인상(데인 라프리) 등을 받았다. 박천휴 작가는 이번 수상으로 한국 창작진 최초 토니상 수상 기록을 갖게 됐다.

토니상은 1947년 시작한 미국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아메리칸 시어터 윙과 브로드웨이 리그가 공동 주최하며 현지 공연 및 언론 관계자들의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에미상(TV방송), 아카데미상(오스카상·영화), 그래미상(음악)과 함께 ‘EGOT’으로 불리며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문화 시상식으로 여겨진다.

작가 박천휴, 작곡 윌 애런슨…기적 일군 ‘윌휴 콤비’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 장면. (사진=NHN링크)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가 박천휴가 뉴욕대 유학 시절 만난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윌휴 콤비’로도 불리는 두 사람은 ‘어쩌면 해피엔딩’ 외에 △동명의 한국영화를 원작으로 한 ‘번지점프를 하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일 테노레’ △유령이 등장하는 빵집을 소재로 한 ‘고스트 베이커리’ 등을 선보여온 한국 뮤지컬 대표 창작진이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로 2016년 초연해 지난해 5번째 시즌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작품은 가까운 미래의 서울과 제주도를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서로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데일리 문화대상’도 일찌감치 ‘어쩌면 해피엔딩’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2021년 열린 ‘제8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대상과 뮤지컬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뮤지컭 ‘어쩌면 해피엔딩’ 2021년 한국 공연 장면(사진=CJ ENM)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세계가 주목하는 K컬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이와 함께 이재명 정부가 ‘문화강국’을 내세운 만큼 K뮤지컬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문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혜원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의 ‘K-뮤지컬로드쇼’, ‘뮤지컬 전문 프로듀서 글로벌 역량 강화 사업’ 등은 일회성 지원에 그쳐 제대로 된 글로벌 진출의 플랫폼 역할을 하지 못한다”며 “해외 유수의 뮤지컬 관련 학교·기관 등과 협력을 통해 1년 이상 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창작자들의 글로벌 시장 이해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어쩌면 해피엔딩’의 토니상 수상은 이재명 대통령이 내세운 ‘문화강국’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며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제2·제3의 ‘어쩌면 해피엔딩’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美서 4주 연속 주간 매출 100만 달러 돌파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제작·창작진과 배우 등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실제로 ‘어쩌면 해피엔딩’은 작품 개발 단계부터 한국어 대본과 영어 대본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미국 진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16년 뉴욕에서 진행한 낭독 공연을 통해 토니상 수상 프로듀서인 제프리 리처즈(Jeffrey Richards)와 연이 닿았고, 오랜 작품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 10월 뉴욕 브로드웨이의 벨라스코 극장(Belasco Theater)에서 정식 공연으로 개막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개막 이후 현지 언론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꾸준히 90% 이상의 객석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4주 연속으로 주간 매출액 100만 달러를 넘기며 흥행몰이 중이다.

한국공연과 마찬가지로 브로드웨이 공연도 서울과 제주도가 작품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다. 올리버의 옛 주인 제임스도 한국인이다. 영상에 한국어 단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작품 속 중요한 소품인 화분을 한국어 발음을 음차한 단어(Hwaboon)로 사용하는 등 한국적인 요소도 곳곳에 담았다. 공연 MD 상품도 한국어를 활용해 제작해 K컬처를 현지 관객에 알리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토니상에 앞서 뉴욕 드라마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리그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등 미국 주요 공연 시상식에서도 작품상을 비롯한 여러 부분을 휩쓸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다. 한국 초연 10주년 공연은 NHN링크 제작으로 오는 10월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개막할 예정이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곡가 윌 애런슨(왼쪽), 작가 겸 작사가 박천휴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토니상에서 극본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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