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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라 못한다는 말 안 들으려 노력…식탁 위 트로피 신기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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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기자I 2025.06.24 18:30:00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극작가 박천휴
'토니상' 6관왕 기념 기자간담회 개최
"트로피 무게에 걸맞은 노력 이어갈 것"
"10월 韓공연, 수정 없이 기존 감성 유지"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제 식탁에 토니상 트로피가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해요. 트로피의 무게에 걸맞도록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창작자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한국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근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2016년 한국에서 초연 되었고 2024년 미국 브로드웨이 선보인 이후 ‘제 78회 토니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다.
K뮤지컬의 새 역사를 쓴 ‘어쩌면 해피엔딩’의 극작가 박천휴(42)는 2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한 토니상 수상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박천휴가 극작과 작사를 맡은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의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은 최근 토니상에서 △작품상 △연출상 △각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등을 휩쓸며 6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박천휴는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에서 수상 영예를 안은 첫 한국인 창작자가 됐다.

시상식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박천휴는 “트로피를 볼 때마다 ‘이제 어떻게 하지’ 싶은데, 부담감에 눌리면 작품을 못 쓸 것 같다”며 “파트너 윌 애런슨과 서로 잘 보완해나가면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 로봇’들이 사랑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뮤지컬이다. 박천휴가 미국 작곡가 윌 애런슨과 함께 창작했다. 2016년 국내에서 먼저 초연했으며, 극본 영어화 와 넘버 추가 등의 작업을 거쳐 지난해 11월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박천휴는 “미국에서는 이방인이기에 ‘100% 임무를 완수해내야 공연에 피해가 안 가겠구나’ 생각했다. 그래야만 ‘여기 출신이 아니라 저렇게 밖에 못하나’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았았다”며 “원래는 ‘I’(내향형) 성격인데, ‘E’(외향형)처럼 지내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하게도 개막 후 미국 관객들이 한국 관객들과 같은 포인트에 웃고 공감하고 눈물을 흘리더라. 무척 인상 깊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개막 전에는 유명 원작 바탕이 아닌 오리지널이라는 점, 한국이 배경인 점, 로보트가 주인공인 점 등이 현지에서 공연이 잘 안 될 것 같은 요소로 거론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점들이 참신함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도 했다.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토니상 수상 당시 수상 소감으로 ‘싱글’임을 강조한 이유도 밝혔다. 시상식 당일 박천휴는 작곡가 윌 애런슨과 음악상 수상자로 호명된 뒤 시상대에 올라 “저는 아직 싱글입니다”라고 운을 떼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 박천휴는 ‘싱글’ 발언은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가 됐고, ‘저도 싱글이에요’라는 팻말을 들고 박천휴를 기다리는 팬들도 생겼다.

박천휴는 “만약 상을 받게 될 경우 ‘어버버’ 하면 안 되니 윌(윌 애런슨)과 대본을 쓰듯이 소감을 미리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니상 시상식의 수상 소감 제한 시간은 90초”라며 “감사한 이들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보단, 위트있는 소감을 하는 게 낫다는 현지 관계자들의 조언을 참고했다”고 부연했다.

박천휴는 “다들 저와 윌이 커플인 줄 알더라. 윌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가정 꾸리고 잘 산다”며 “제 혼삿길이 막히면 안 되니 우리가 커플이 아니라는 걸 알리고자 했던 발언이었는데, 이렇게까지 파장이 클 줄 몰랐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시상식 이후 애프터 파티에서 ‘아직도 싱글이냐’면서 말을 거는 분들이 정말 많았다”고도 했다.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을 합작한 박천휴(왼쪽)와 윌 애런슨(사진=NHN링크)
박천휴 작가가 24일 서울 중구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된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토니상 수상 이후 ‘할리우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와 나눈 화상 통화 뒷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스필버그 감독이 화상 통화뿐 아니라 편지 등을 통해 공연을 너무 좋게 봤다는 말을 해줬다. 서로 응원해주는 공연계 문화를 좋아한다며 응원의 말도 건네줬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같이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가진 않았다”며 “다음 작품이 뭐냐고 묻길래 지난해 한국에서 공연한 뮤지컬 ‘일 테노레’ 줄거리를 말해주니 재밌겠다면서 새로운 공연을 올릴 때 알려달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는 10월 30일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국내 6연의 막을 올린다. 2028년 개막을 목표로 브로드웨이 공연의 내한공연도 추진 중이다.

개막을 앞둔 한국 공연에 대해 박천휴는 “대본과 음악은 바뀌지 않는다. 브로드웨이 공연이 호응을 얻었다고 해서 굳이 국내 버전을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기존 감성을 지킨 채로 다시 한국 관객들과 만나게 돼 뜻깊고 기쁘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아직까진 오리지널 이야기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개인적 감정을 들여다보고, 헤집으며 무언가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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