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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지난해 의사가 처방하는 CGM이 아닌 OTC CGM이 처음으로 승인됐다. 이 기기는 전당뇨병 환자, 인슐린을 투여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그리고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기기다. 병원 방문 없이도 약국 등지서 구매할 수 있으며 설정이 간단하고 모바일 앱 연동이 가능하다. OTC CGM으로 허가된 혈당측정기는 아직 극히 일부 제품만 해당한다. 국내선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선 이러한 OTC CGM의 이점과 단점을 논의하는 자리가 열렸다. 미국 당뇨병협회(ADA)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는 ‘당뇨병 전 단계에서 조기 개입하는 이점’을 강조한 찬성 측과 ‘불필요한 불안감 조장’이라는 반대 측이 맞섰다. ‘일반인이 혈당 수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하는 반대 의견도 나왔다.
일부 국가에서는 OTC CGM을 넘어서 비침습적 혈당측정기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 등에 나열된 혈당측정 스마트밴드·워치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이를 써본 국내 당뇨병 환자들은 ‘제대로 측정되진 않는 듯하다’는 후기를 공유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회사가 개발 중인 혈당 측정 스마트워치를 테스트한 결과 사용 시간의 약 18% 에서만 미국 FDA 정확도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80% 이상이 부정확했다는 의미다.
전혜진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침습적 방식의 CGM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워치가 일부 소개되며 일반인도 실시간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이 기술의 의학적 필요성과 과학적 타당성, 특히 비당뇨 일반인의 사용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합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당뇨 일반인에게 CGM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정상적인 대사 상태를 가진 분들도 식후 혈당이 상승할 수 있는데 실시간으로 ‘당이 올라갔다’, ‘저혈당이 된다’ 등 미세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오히려 불필요한 불안감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대중 아주대학교 내분비내과 교수 또한 “건강검진에서 1년에 한 번 혈당 검사를 하는 것도 필요성 논란이 있다”면서 “당뇨 고위험군에 적용하는 것은 가치가 있지만 일반인에게 혈당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에는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자기가 원해서 스마트워치를 차거나 CGM을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게 의미·가치가 있는지를 현재로서는 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결국 단순한 호기심·편리함 속에서 혈당을 체크하는 방식은 아직 권장하기 어렵다. 의료 인프라, 특히 당뇨병을 관리할 수 있는 동네의원이 많은 국내 현실 속에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혈당 체크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과 진료 속에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더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