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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천동 방화범 '이것' 들고 불질렀다...진짜 정체는

홍수현 기자I 2025.04.22 21:03:51

약품과 물 섞어 뿌리는 '고압세척건' 개조
4층 복도서 형태 거의 잃어버린 채 발견
층간 소음 보복 범행 가능성
상관없는 404호는 왜? 무차별 방화 가능성도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의 범행 도구는 높은 압력으로 액체를 분사하는 ‘고압세척건’이라는 소방 조사 결과가 나왔다. 당초 이는 농약살포기 등으로 거론된 바 있다.

21일 오전 8시 17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의 범행도구인 ‘고압세척건’이 검게 그을린 흔적만 남아있다.(사진=뉴스1)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화재 상황 보고서에는 4층 복도에서 불탄 채로 발견된 고압세척건의 사진이 담겼다.

고압세척건은 약품과 물을 섞어서 뿌리는 도구로 주로 세차에 사용된다. 용의자가 이를 개조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가늘고 긴 고압세척건은 고열로 녹아내려 원래 형체를 잃어버렸다.

소방당국은 방화 피의자 60대 A씨가 해당 도구로 유류를 발사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에 적었다.

또 이번 화재로 아파트 2개 세대 전체와 복도 일부가 불타면서 6300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401호와 404호에서 60㎡가 소실됐고, 복도를 비롯해 50㎡에 그을음이 발생했으며 거주지 내부 가재도구가 불타고 방화문 10개가 파손됐다.

소방 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방화 용의자인 60대 남성 1명이 숨졌고, 4층에서 추락한 60대 여성과 80대 여성 등 2명이 심한 화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두 사람은 모두 4층 주민으로 확인됐다.

같은 아파트 6층에 거주하던 80대 여성 1명도 화재 발생 후 넘어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21일 오전 8시 17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1층 규모 아파트에서 불이 나고 있다. (사진=뉴스1)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고 추락해 중상을 입은 401호 주민의 아들 정 모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남에서 작년 11월쯤 A씨가 인근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아파트를 향해 고성과 욕설을 했다는 어머니 B씨의 말을 전했다.

정씨는 “어머니가 당시 ‘(A씨가) 고성을 지르고 (이사를) 갔다’고 하더라”라며 “(피해 아파트에 대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나갔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작년 11월 초까지 바로 아래층 301호에 살며 B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경찰은 보복 범행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숨진 A씨의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다만 별다른 연관이 없던 404호에도 불을 지른 정황이 확인되면서 ‘무차별 방화’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A씨는 아파트에 불을 지르기 전 자신의 주거지 앞 쓰레기 더미와 대문 등에도 같은 방식으로 불을 수차례 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3시간여 동안 소방 당국 등과 화재 현장 합동 감식을 마쳤다. 화재 현장에서 A씨의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이를 통해 방화 관련 검색 기록 등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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