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EUV 3Q 시범 생산…2026년 양산 목표
LDP 기술 채택…ASML보다 저렴, 에너지 효율성↑
파운드리 SMIC 도입 시 7나노 이하 칩 양산 가능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중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자체 개발을 완료하며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네덜란드 장비회사인 ASML이 독점하고 있는 EUV 시장마저 균열을 일으키며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더욱 견고해진 것이다.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EUV를 도입하면 최첨단 칩 생산이 가능해지는 만큼 미국 제재가 사실상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를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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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는 오는 3분기 자체 개발한 EUV 장비를 활용한 시범 생산에 돌입한다. 화웨이는 현재 연구개발(R&D) 센터인 둥관 캠퍼스에서 EUV 장비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2026년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회사인 하이실리콘과 자체 모바일 AP를 생산하는 등 반도체 자체 기술을 강화하고 있다.
화웨이의 EUV 장비는 ASML과 다른 레이저 유도 방전 플라즈마(LDP) 기술을 사용한다. ASML은 고성능 레이저로 플라즈마를 만드는 레이저 생성 플라즈마(LPP)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화웨이의 LDP 방식은 LPP보다 에너지 효율성이 높고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자체 기술로 운영할 수 있어 해외 의존도도 줄일 수 있고 기술 난도도 낮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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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V 장비는 7나노(나노미터, 10억분의 1m) 이하 최첨단 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필수 장비다. ASML은 그동안 자사 장비가 없는 중국을 두고 글로벌 업체들에 비해 10~15년 뒤처져 있다고 했다. 그러나 중국이 EUV 장비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며 기술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된 셈이다.
중국의 EUV 자체 개발은 ASML뿐 아니라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전 세계 반도체 업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자국 EUV 장비를 도입한 중국 파운드리 기업에 생산을 맡기면 지금보다 수율이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중신궈지(SMIC)는 오래된 심자외선(DUV) 장비를 사용해왔다. SMIC는 DUV로 7나노 칩 양산까지 성공했지만 낮은 수율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SMIC가 EUV 장비를 도입하면 7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에도 돌입하며 시장점유율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시장 3위인 중국 SMIC는 지난해 4분기 시장 점유율이 직전 분기 대비 0.5%포인트 줄어 5.5%를 기록했다. 점유율은 감소했지만 삼성전자(005930) 낙폭이 더 큰 탓에 삼성전자와 SMIC 간 점유율 차이는 불과 2.6%로 좁혀졌다.
메모리 분야에선 양쯔메모리(YMTC)와 창신메모리(CXMT)가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에서 기술력으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YMTC는 업계 최초로 낸드 294단 개발에 성공했다. CXMT는 첨단 D램인 DDR5, LPDDR5 양산에 돌입하며 첨단 공정으로 꼽히는 제품을 개발했다.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가 견고해지는 상황을 두고 사실상 미국의 제재가 이를 부추겼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나온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회장)는 “미국 대중국 제재 조치가 오히려 중국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